[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27)성산읍 온평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27)성산읍 온평리
탐라 개국신화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혼인지' 마을
  • 입력 : 2015. 02.03(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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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혈에서 솟아난 삼신인과 벽랑국 공주 셋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는 성산읍 온평리 혼인지(위). 마을전경과 독특한 형태를 가진 마을 포구(아래).

삼신인 벽랑국 3공주와 결혼… 제주신화의 배경 되는 곳
해안선 6㎞로 해안마을 중 최장… 환해장성 원형도 남아
냉동 돌생미역·생고사리·톳 지역특산물로 판매 큰 호응
자연·역사문화 가치 극대화로 주민 행복 지속적 노력 중



신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가든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고을라·양을라·부을라 삼신인이 벽랑국 3공주를 해안가 연혼포에서 맞아들여 혼인지에서 합동으로 결혼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제주섬 스토리텔링의 정점에 놓여 있다.

혼례를 올리고 신방을 차렸다는 신방굴은 입구가 하나지만 들어가면 세 개의 동굴로 나누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외국인들에게 설명하면 참으로 로멘틱하게 받아들이는 표정을 볼 수 있다. 그 아름다운 만남은 문자 기록 이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신화라는 형식을 빌어서 드러낸 것이라고 한다.

수렵생활을 하던 세력이 바다 너머에서 가축과 오곡의 씨앗을 가지고 들어온 농경세력과 갈등이나 전쟁이 아니라 평화롭게 결합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갔다는 것. 그 아름다운 만남의 장소가 온평리다. 수렵과 농경이 만나 씨족사회에서 부족국가로 성장하게 되는 발판이 되었던 곳. 탐라 전기에 것으로 추정되는 황갈색 토기가 발굴되는 것으로 보아 온평리는 역사적 기록으로 알 수 없는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추정을 하고 있다. 신화도 사람이 사는 곳에서 생성되는 것이니까.

마을 명칭은 열운이, 열온이, 열혼포 등 다양하게 불리어왔다. 해안선의 길이가 무려 6㎞로 제주도 해안마을 중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취락은 일주도로변에서부터 바닷가를 따라 약 3㎞ 정도 길게 형성되어 있다. 해안선이 길어서일까 환해장성의 일부가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말등포연대와 같은 역사문화 자원들이 유서 깊은 마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1읍 1명품화 사업에 의해서 고사리, 톳, 무말랭이 등을 지역 대표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냉동 돌생미역과 생고사리, 톳 등을 지역특산물 종합세트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홍보 전략과 디자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

무엇보다도 큰 마을 자원은 해안도로를 낀 독특한 경관이다. 학술용어로 파호이호이용암류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넓은 암반 조간대를 갖는 해안선은 용암류 단위가 잘 발달되어 있으며 용암류의 표면에는 새끼줄구조를 관찰 할 수 있다. 황루알 북쪽 냇빌레 지역은 바다 쪽으로 약 200~300m 검은 돌들로 조간대가 평평하게 발달되어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똔여'라는 해안에는 등표가 바다 속에 세워져 있다. 밀물 때에는 밑 부분이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에는 노출되는 형태다. 온평마을 포구인 '개맛'에는 두 곳에서 용천수가 나온다. 바닷가가 길고 넓어서 해조류, 패류, 어류 등 수산자원 풍부하여 주민 수 1373명 중 234명이 어업에 종사하여 살아 갈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있다.

강윤수(73) 노인회장이 설명하는 온평리 사람들의 자부심은 '인정이 많아 베푸는 마음이 풍성하다'고 한다. 이간질을 가장 배척하는 마을 풍토 때문에 결속력이 강한 마을. 마을사람들의 노래인 리가를 보유하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마을 어르신들의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마을버스 마련이라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교통만큼 큰 복지도 없다'면서.

이승이(59) 이장의 포부는 대단했다. 우선은 농어촌다움을 간직한 마을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마을이 보유하고 있는 자연자원과 역사문화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면서 농어촌 경제가 주민 행복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발전 전략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놀라운 관점의 변화다.

이런 주장을 이어갔다. "마을 스스로가 농수산물에 대한 검증장치를 마련하여 그에 필요한 시설을 마련하고 전국에서 가장 까다로운 청정도 조사를 한다면 소비자들은 비싸더라도 온평리 브랜드 농수산물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주민 소득증대를 위한 전략이다. 양에서 질로 승부를 걸자는 생각. 마을 소유 땅이 3000평 정도지만 7필지에 나눠져 있는 맹지라고 했다. 여기에 진입도로만 행정에서 건설해준다면 마을 스스로 이런 획기적인 도전을 감행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2003년 농림부 지정 녹생농촌마을 지정, 2010부터 혼인지축제를 통하여 관광자원화 시도와 같은 성과가 있었다. 모든 것이 미래를 위한 과정으로 판단하는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다.

현윤식(43) 청년회장이 73세가 되는 30년 뒤에 온평리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 것인 지 물었다. "농수산 자원과 해안도로를 활용한 마을기업이 성공해서 밖에 나가 있는 출향인사들이 앞 다퉈 귀향해 있을 것이다." 일자리 만들기 중심의 발전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서 미래를 설계하지 않으면 마을의 역동성을 확보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오정실(50) 마을회 사무장이 꿈꾸는 30년 뒤 미래는 "마을회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가입비가 몇천만원 내야 할 정도가 될 것입니다." 마을 발전에 대한 확신을 통쾌한 방식으로 피력하였다.

안타까움이 있었다. 혼인지 마을이라고 부르는 온평리에 혼인지를 바라보는 행정의 시각이다. 지방기념물이라는 문화재 범주에 머물러 있는 것. 신화 스토리 가지고 신비감이 없다는 것이다.

혼인지 입구에 있는 기와집들을 보며 이승이(59) 이장에게 관광객들이 묻기를 "무슨 사당입니까? 사찰입니까?" 문화재니까 기와집을 지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함이 망쳐버린 혼인지. 아름다운 신화를 관광상품화하려는 통로에서부터 괴리감을 만들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워야 할 혼인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이유만 찾아줘도 온평리의 가치는 극대화 될 것이다. 신혼부부의 성지로 거듭나도록.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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