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티켓' 생활속으로](1)프롤로그

['글로벌 에티켓' 생활속으로](1)프롤로그
  • 입력 : 2015. 01.01(목) 00:00
  • 김치훈 기자 ch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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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시민들이 친절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친절 댄스'를 추고 있다.

급속한 변화 삶의 기본 깊이 돌아봐야할 시점
제주 온 손님도 좋지만 이웃에 대한 예의부터
도시의 경쟁력은 생활양식 수준에서 차이 나

▶상대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경쟁력

제주도민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산업발전의 시대를 지나 이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뤘고, 최근 인구의 급속한 유입 등과 관광객 증가로 제주는 유래없는 변화상을 맞고 있다.

문화와 여가를 향유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으나 고속경제성장의 과정에서 질서와 원칙 준수, 이웃에 대한 배려, 예의와 친절, 밝은 미소 등 인간적 삶의 기본을 챙기지 못해 수십년의 세월에 걸쳐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아 만든 품격있는 건물이 아닌 날림공사로 지어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건물과 같은 생활태도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시기다.

지금 세계 각 지역은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하나의 생활권에 놓였고, 제주와 경쟁하는 각 도시의 물질적 풍요 수준은 이제 엇비슷해졌다. 경쟁력의 차이는 이제 물질적 풍요가 아닌 도시의 이웃에 대한 배려, 교통질서 등의 준법의식, 친절과 미소, 예절 등의 수준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세대에 걸친 싱가포르의 '예절·친절 운동'

"활력있고 친절한 품위있는 도시를 만든다."

동남아시아의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예절과 친절운동의 목표다. 싱가포르는 다민족 국가의 특성과 면적이 제주의 1/3 수준에 불과함에도 60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섬이자 도시국가다.

1959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인 리콴유 총리. 그가 총리로 취임할 당시 싱가포르는 '원칙없는' 소위 '기름칠을 해야하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국민들도 중국·말레이인·인도인 등 민족별로 나뉘어진 모래알 같은 상태였다.

이때 리콴유 총리가 꺼내든 사회개혁의 카드가 바로 '국민예절운동'이었다.

리콴유는 1979년부터 "예절을 삶의 방식으로 삼읍시다"라는 슬로건 아래 전국민적 캠페인으로 전개됐다. 이웃을 위한 미소와 친철·예절을 삶의 방식으로 삼자는 운동이다.

싱가포르의 예절운동은 10여년동안 지속되어오다 1993년 친절운동으로 전환돼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한 세대를 거쳐 펼쳐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친절운동은 민간차원 '싱가포르 친절운동협의회'가 주도해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 경쟁력 있는 나라로 변모시키고 있다.

싱가포르는 친절 운동을 전개하면서 마스코트를 활용한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속깊은 따뜻함 밖으로 표현해야

제주의 독특한 문화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괸당문화'다. '괸당'문화는 원래 서로 돕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미풍양속의 문화였으나, 선거에서의 일방적인 연고주의로, 혹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공사(公私) 구분없는 일처리 등으로, 부정적 이미지의 대명사로 대외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태풍 등 척박한 기후 속 투박한 말투와 방언 등은 속깊은 따뜻함에도 불구하고 표현방식, 즉 형식에서 제주사람이 아닌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오해와 불편을 주는 경우가 많다.

또 연고주의로 인한 원칙없는 일처리나 상대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가 없는 삶의 태도는 부정부패와 무질서한 교통상황 등으로 표출돼 제주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세계속의 제주로 거듭나고 있는 제주에서도 타인에 대한 진정한 배려와 밝은 미소를 띤 활력있는, 친절과 예의를 갖춘 품격있는 제주로 거듭날 수 있는 '글로벌 에티켓 운동'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각 분야와 공공기관과 민간 및 교육기관 등을 통해 전개되어야 할 시점이다.

[제언/이규봉 제주특별자치도 인재개발원장]친절은 생활 품격과 삶의 질 높여준다

우리 제주에서 친절이란 화두는 꽤 오랜 연륜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말부터 제주가 국민관광지로 부각되며 관광버스에 반갑게 손 흔들어주기 캠페인을 전개한 것이 친절운동의 시작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친절은 제주관광에서 숙제로 남겨져 있다. 관광 불편신고에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례가 불친절이다.

왜 친절이 필요한가 라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을 주기 위해서'라고 얘기한다. 이것이 친절을 필요로 하는 이유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친절운동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리콴유 초대 총리는 1970년대부터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경제력에 못미치는 낙후된 국민의식으로 인한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에 착수한다.

그 개혁의 요체는 청렴한 사회, 깨끗한 도시환경, 그리고 친절과 매너이다. 국민들의 매너와 예의를 서구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국가적 과제로 삼아 범국민적인 친절운동을 전개한다. 1979년 "예절을 삶의 방식으로 삼읍시다"라는 슬로건 아래 전국민적인 캠페인으로 발전시켰다.

싱가포르의 친절운동은 사회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품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생활방식, 즉 예절과 매너를 갖추는 운동이다. 외부에 잘 보이기 위한 친절이 아닌 자신들의 생활 품격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친절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성장에 걸맞는 문화와 레저의 확대에 집중하는 동안 리콴유 총리는 경제적 풍요에 걸맞는 선진 시민의식, 즉 청렴·질서·예절과 친절운동에 국가적 에너지를 쏟았다.

제주특별자치도 인재개발원이 2015년 도민사회교육의 핵심과제로 친절교육을 계획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민의 생활품격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매너교육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시작은 교육으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범도민 사회운동으로의 확산을 지향하고 있다.

행정은 측면에서 지원하고 시민단체, 지역주민, 학교, 언론이 같이 참여해 제주형 친절운동(Jeju Kindness Movement)을 전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자유도시로서 제주다운 품격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역사를 써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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