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지음(知音)에 대하여

[생로병사]지음(知音)에 대하여
  • 입력 : 2014. 05.30(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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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제주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지음(知音)이란 말 그대로 소리를 알아준다는 뜻으로,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와 종자기의 일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중국 4대 기서 중의 하나인 '삼국지연의'에도 유사한 일화가 나온다. 유비가 현재의 쓰촨성인 촉나라를 차지한 후, 한나라의 옛 수도인 장안으로 통하는 길목인 한중을 공격하고 있었다. 유비의 의형제 중 막내인 장비는 낭중이라는 요충지를 공략하고 있었는데, 당시 이곳의 방어는 조조의 부하 장수인 장합이 지키고 있었다. 일전의 싸움에서 장비에게 호된 타격을 입은 터라 장합은 장비가 아무리 공격을 해 와도 험한 지세를 이용하여 진지를 지키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공격해도 적이 꿈쩍도 하지 않자 장비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낸 후 매일 같이 장합의 진지 앞에서 술타령을 벌였고, 이 사실은 후방의 유비에게도 전해졌다. 장비가 술 때문에 대사를 그르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님을 알고 있는 유비는 제갈공명에게 사실을 전했다. 그러나 제갈공명의 입에서 나온 조언은 현재 유비의 진지에 있는 술 중 가장 좋은 것만 골라 장비에게 보내라는 것이었다. 아연실색하여 그 연유를 묻는 유비에게 제갈공명은 이렇게 대답했다. "주군께서는 몇 십 년을 장비와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하셨으나, 아직 장비의 능력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곧 장비에게서 승전보가 날아 올 것입니다." 과연 유비에게서 술을 전달 받은 장비는 자신을 알고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감복했고, 장비가 술타령만 일삼고 있다고 착각한 장합이 진지를 비우고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오자 그것을 역이용하여 대승을 거두었다고 한다.

평생을 살면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주어진 커다란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을 돌이켜보면 우리 자신을 믿고 알아주는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만일 그 당시 장비의 능력을 의심하고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면 그는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관계는 진료를 맡고 있는 의료진과 환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환자가 자신의 몸을 맡기는 의료진을 믿지 못하고, 의료진 또한 자신의 말을 의심하는 환자를 불신한다면 아무리 명약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유능한 의료진을 만난다는 것은 환자에게는 커다란 행운이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믿고 따르는 환자를 만난다는 것 또한 그 환자를 맡은 의료진에게 더 큰 행운이 아닌가 싶다. 환자, 의료진 사이의 일방통행이 아니라 인간적인 교감이 이뤄야 할 것이다. <김현우 제주대학교병원 신장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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