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고향의 봄
  • 입력 : 2014. 05.16(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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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男兒立志出鄕關(남아입지출향관) 學若不成死不還 (학약불성사불환)". 서울에서 수련 받던 시절 내 책상 머리에 붙여두었던 글귀이다. 사실 학문의 완성이 끝이 없음은 당연한 일이거니와 의학분야는 특히나 그 지식의 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대학병원 의사들은 언제나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진료와 연구, 교육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탓에 고향인 제주에 내려와 세 번째로 맞는 봄을 진료실 창문 너머로나마 만끽하고 있다.

문득, 어린 시절 아플 때마다 어머니 손을 붙잡고 갔던 삼도동 시절의 병원 모습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현재 제주대학병원의 규모와 위상과 진료 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지금 내가 도내 최고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고 있음에 대한 긍지와 함께, 한편으로 지역 보건 의료에 대한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을 접고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세미나에 참석하고, 매년 국제규모의 학술대회에 참석해 발표도 하면서, 최신 의학 지식을 공유하고 습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제주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의료진이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

고향에 돌아와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이럴 때가 아닌가 싶다. 환자 중에는 아직도 서울에 가서 진료와 수술을 받길 원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다. 그래서 서울의 큰 병원으로 진료의뢰서를 써드렸는데, 그곳에 계신 은사들께서 환자분에게 "이제는 이런 수술을 받으려고 더 이상 서울까지 오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주대학병원으로 가서 상담을 받으시지요"라고 권유해 환자분이 다시 찾아와 수술을 받겠노라 하실 때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학회 참석 시 현지 선생님들로부터 "이제는 제주도에서 수술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너무 많이 줄어서 걱정"이라는 농담 섞인 얘기를 듣는 일이 부쩍 잦아졌음은 내가 듣는 최고의 칭찬일 것이다. 실제 만성중이염 수술의 경우 이전에는 항상 서울에 가서 수술을 받아야 했으나 최근 5년전부터 제주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수술이 시행돼 모두 1000례 이상의 중이염 수술이 이뤄졌고, 결과들도 아주 성공적이다. 환자분들이 수술 이후 귀에서 진물도 안 나오고 소리도 잘 들리게 돼 고맙다고 얘기를 해주실 때마다 비록 주말에 쉬지는 못하지만 힘든 일정의 세미나를 참석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모든 의료진이 한마음 한뜻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이 곳 제주대학병원의 앞날이 밝고 희망차게 느껴지는 건 비단 내 고향 제주의 상큼한 봄기운 탓만은 아니리라. <김세형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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