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안전을 위한 투자

[생로병사]안전을 위한 투자
  • 입력 : 2014. 04.25(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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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식 제주대학교병원 외과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어떤 이가 후진을 하다가 어린 아이를 치어서 응급실로 왔는데 워낙 손상이 심하고 이미 심폐기능이 멎어 있어 아무 것도 못했다. 10년 전에는 병원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차가 지나가던 아이를 치어 응급수술을 했지만 지혈이 안돼 결국은 생명을 구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모든 죽음이 다 안쓰럽고 애처롭기는 매한가지다. 어떤 사람이든 제각기 살아온 이력이 있고,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못다피고 생을 마감하는 어린아이들을 보는 건 애간장을 끓게 만든다. 아이를 생각하는 것만도 힘든데 어머니의 눈물을 보면 어머니의 정이, 어머니의 한없는 슬픔이 전달되어 참으로 견디기 힘들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1주간 보고 겪으면서 다시 한번 반성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느끼면서도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기겠냐는 무신경이다. 후진도 마찬가지여서 후진할 때 사이드미러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차 후면 한가운데는 사이드미러의 사각이고 작은 아이는 미처 못볼 수가 있다. 20년 전만해도 후진하기 전에 내려서 살펴보고 후진하는 것을 권했던 것이 기억난다. 후방감지기가 나오고, 최근에는 후방카메라가 나오면서 내려서 살펴보라는 권고는 잘 안 들린다.

지난주 미국에서 차에 후방카메라를 붙여야 한다는 라디오방송을 들었다. 2018년 5월부터 미국에 판매될 모든 승용차에 후방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아직 후방카메라가 의무사항은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9월1일부터 판매되는 대형차(대형트럭, 버스)에 후방카메라나 후방감지기 등을 장착해서 출고해야 한다고 한다. 후진시 내려서 확인하라는 캠페인도 안하고, 후방감지장치를 강제하지도 않으면 후진사고를 방치하는 격이 아닌가. 앞의 두 예 말고도 후진하다 사고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안전과 관련해 제일 이상하게 느끼는 것은 틀린 것을 지적하면 우리나라 사람 열에 여덟은 그대로 수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차를 심하게 잘못해 교통사고를 유발할 것 같아 '옮기는 게 좋겠다'라고 하면 "네가 뭔데" 또는 "잘난 척 하기는"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우리들 상당수가 안전불감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안전은 그냥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몸이 수고를 하던지 돈을 더 쓰던지, 투자를 해야 확보되는 것이다. <김광식 제주대학교병원 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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