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당굿 기록](14)종달리 해신제(잠수굿)

[제주당굿 기록](14)종달리 해신제(잠수굿)
"용왕님, 바닷속에 풍년들게 씨 하영 뿌려줍써"
  • 입력 : 2013. 08.29(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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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동쪽 끝에 위치한 구좌읍 종달리 마을은 지난해 10여년만에 해신제를 복원해 앞으로 매년 음력 3월에 해신제를 지낼 계획이다. 사진은 해녀들의 안전 조업과 풍어 등을 기원하며 올해 4월에 연 잠수굿. 김명선기자

바다서 목숨 잃은 이들의 영혼 위로하기 위해 복원
"해녀·전통문화 보존해 마을 발전의 원동력 삶을 터"


제주시의 동쪽 끝에 위치해 섬속의 섬 우도와 맞닿아 있는 마을 구좌읍 종달리. 이 마을의 바다는 조류가 거세기로 유명한데, 이 거센 조류를 이겨내고 억척같이 살아가고 있는 해녀들이 지난해 사라졌던 해신제를 복원, 올해도 용왕에게 정성스레 상을 차리고 제를 올렸다. 이번에는 왜 이 마을 해녀들이 사라진 해신제를 복원하고, 신에게 정성을 들이는지 살펴본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넋 위로=2011년 6월 이 마을의 해녀가 물질을 하던 중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어촌계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사망한 해녀의 넋을 위로하려고 했지만 전통적으로 해오던 잠수굿이 사라져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이듬해 어촌계장과 해녀들이 의기투합해 해신제를 열기로 하고 이 때 잠수굿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해 10여년만에 사라진 잠수굿을 열었다. 인근 마을의 큰심방인 고복자씨를 수심방으로 모시고, 소미로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소속 심방들이 참여해 집전했다.

김홍철 종달리어촌계장은 "이 마을에서는 오랜기간 마을 단위의 해신제가 열리지 않고 있었는데, 어촌계 조합원들이 모여 사라졌던 해신제를 다시 부활시킨 것"이라며 "해신제가 열리는 날이면 마을의 각종 자생단체도 함께 해 해녀와 어부만의 행사가 아닌 마을축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왕님 해산물의 풍요와 해녀의 무사안녕 기원햄수다"=잠수굿은 도내 해안마을에서 해녀들이 물질조업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면서 열리는 굿으로 '잠수굿', '잠녀굿', '해녀굿' 등으로 일컬어진다. 의례 중 '용왕(龍王)맞이'는 해산물의 풍요와 해녀들의 안전을 수호해 주는 용왕신을 맞아 요왕길을 닦는 차례다. 용왕신을 잘 대접한 후 재물을 실은 짚배를 바다로 띄우고 이어 용왕과 돌아가신 조상들을 위해 종이에 싼 재물인 '지'를 바다에 던지며 정성을 다한다.

잠수굿의 중간에 새도림이란 제차가 있는데, 이는 육지에서의 푸닥거리와 비슷한 의례로 군문 열림에 이어 행해지는 제차이다. 모든 사악함을 내쫓아 깨끗하게 하는 의례로서 푸다시와 막푸다시로 구분된다. 새도림에서 부르는 노래의 음률은 여느 제주도 무가와는 다른 3분박에서 2분박으로 진행하는 독특한 패턴을 지닌다. 가창 방식 역시 심방이 선창하면 소미가 따라하는 방식으로, 육지의 굿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현재에도 당굿이나 사가굿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필수 제차의 하나이다.(디지털제주문화대전)

이어 굿의 마무리에 단골들이 심방 서우젯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서우젯 소리는 원래 무당굿을 할 때 '석살림' 제차에서 신을 흥겹게 놀리기 위해 부르던 노래인데 이때 다리 등이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하던 단골들도 함께 나와 춤을 추면서 신을 즐겁게 한다. 마치 빙의가 된 것처럼 보이는데, 척박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해녀들에게 신의 존재가 어떠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예전 놀이문화가 없었을 때는 잠수굿만 3~7일정도 열렸다. 이 때 해녀들은 심방과 함께 밤을 새가면서 춤을 췄는데, 한햇동안 가졌던 억압된 마음을 모두다 풀어놓는 시간이었다고 종달리 해녀들은 회상했다.

▶"해신제를 통해 마을이 하나로 뭉치는 축제로 승화"=종달리 어촌계는 지난해 복원된 해신제를 통해 마을 전체가 하나로 승화되는 축제로 만들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제주해녀를 알리고 이들의 고유한 전통문화 제주굿을 통해 도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힐링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종달리 마을이 가진 역사적 유물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굿과 연계해 도시적인 삶에 지친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사라져 가는 제주굿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잠수굿을 복원했듯이 학계와 전문가 등의 고증을 거쳐 제주굿을 재연하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홍철 어촌계장은 "해녀·전통문화의 전승을 이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고 싶다. 이러한 계획을 마을단위에서 기획하고 준비해 종달리가 제주굿을 보존하는 마을로 새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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