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과도 같은 바다, 버릴순 없죠"

"숙명과도 같은 바다, 버릴순 없죠"
[추자도 어부 박연석씨의 눈물의 조업현장]
  • 입력 : 2012. 11.26(월)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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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제주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어선을 잃은 추자도 어민 박연석씨는 최근 삼치잡이에 나서며 새로운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태풍 덮치며 어선 구입 한달반만에 잃고
억대 빚져도 삼치잡이 나서며 희망 키워

"바다는 어민들에게 희망이고, 미래입니다."

추자도 어부 박연석(56)씨는 최근 매일 같이 이 말을 마음속 깊은 곳에 새기고 새긴다.

지난 8월말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추자도를 강타하면서 신양항에 정박한 어선 12척과 낚시어선 1척 등 총 13척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신양항 확장 공사를 위해 투입됐던 바지선 1척도 좌초됐다.

당시 박씨는 방파제를 넘어오는 높은 파도와 강풍 속에서도 자신의 배(진양호)를 지키기 위해 배에 올라 새벽까지 사투를 벌이다가 겨우 목숨만 건진 채, 배가 부서지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박씨는 "새벽 3시쯤 배를 고정시키던 닻이 풀리면서 파도와 강풍에 배를 통제할 수가 없어 빠져 나와야 했다. 아내도 어떻게든 함께 배를 지키자고 나섰지만 거센 파도와 강풍에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박씨의 배는 완파됐다. 2년간 남의 어선을 빌어 운항하다가 9500만원이란 돈을 들여 중고 어선을 구입한지 45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주변에서 "좋은 어선을 샀다"면서 부러워할 정도였기에 그는 바다로 나가 만선기를 달고 집으로 돌아오는 꿈을 꿨었다.

하지만 태풍에 그 꿈은 산산조각 났고 특히 참다랑어 치어 포획을 앞두고 이같은 피해를 당하면서 어민들의 시름은 상상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시름에 잠겨 있던 어부들이 다시 힘을 내어 어선을 구입하고 최근 추자도 인근에 어장이 형성된 삼치 잡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다. 빚을 내어 어선을 구입하고 바닷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활해 왔는데 또다시 빚을 지고 배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박씨의 경우도 공제회에서 보상금을 받았지만 배를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또다시 빚을 내야했고 태풍에 파손된 배를 구입하면서 생긴 빚과 합쳐 1억원 이상의 채무를 지게된 것이다.

어민들은 "농어촌정책자금의 상환기일 연장(현재 2년내)과 어선 동력계량 등의 보조사업 우선 실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어부를 하면서 집도 사고 자식들 학교와 시집·장가도 보냈다. 어부에겐 바다가 삶의 터전"이라며 "태풍 피해를 당했을 때 추자도수협·면주민자치위원회·자생단체 등에서 평생 갚기 힘들 정도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 다시 바다로 나가 일을 하면서 갚아야 겠다는 생각인데 주변의 많은 관심과 격려,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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