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도' 풍경을 넘어 본향에 닿으려는 열망

'삼다도' 풍경을 넘어 본향에 닿으려는 열망
개관 50주년 현인갤러리 제주 청년작가 김산 초대
돌, 나무 마다 이야기 담겨… '제주다움'을 묻는 작업
  • 입력 : 2021. 06.21(월) 18:36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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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의 '본향'(한지에 아크릴, 2020).

제주 현인갤러리가 기획한 김산 초대전은 몇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형무 관장의 부친이 운영하던 서울 인사동 시절의 화랑(예술의 집, 화랑 한솔)까지 합쳐 올해로 꼭 50년 역사를 지닌 현인갤러리가 모처럼 제주 작가에 눈길을 두고 마련한 전시라는 점이 그 하나다. 그동안은 주로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견 작가들을 초대해왔다. 또 다른 하나는 제주 땅의 변화에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림 작업으로 '기록'하고 있는 젊은 작가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김형무 관장이 몇 해 전 문예회관에서 김산 작가의 작품을 직접 보고 초대전 의사를 밝혔고 이번 전시로 연결됐다.

2018년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의 우수청년작가상을 수상했던 김산 작가는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 2021'(5월 31일자 8면)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제주 토박이 청년 작가가 그리는 섬의 풍경이 지역에 머물지 않고 팬데믹 시대를 나고 있는 인간 사회의 공통된 고민에 닿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달 23일 시작돼 7월 5일까지 계속되는 초대전은 그 연장선에서 캔버스나 한지에 아크릴 작업으로 '삼다도'의 오늘을 응시하고 있다. 바다, 폭낭(팽나무), 곶자왈, 돌담, 오름, 돼지 등 다도(多島)를 구성하고 있되 오늘날 잊혀지거나 소비되고 있는 존재들의 '본향'으로 향한다.

김산의 '무언가'(캔버스에 아크릴, 2017).

그의 작품 속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는 그들이 사라진 자리엔 낮달 아래 우거진 풀과 나무, 그곳을 노니는 새들이 있다. '방선문도'의 하얀 사슴이 관람자를 신화의 공간으로 이끈다면, 구름 위 달빛 비추는 '무언가'에선 오랜 기간 금기의 언어였던 70여 년 전 비극이 떠오른다.

김산 작가는 이번 전시 도록에 쓴 글에서 "무엇이 제주다움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제주는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삶의 모습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서 "제주의 변화와 발전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신중히 결정해 우리의 '제주'를 후손들도 보고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시장 주소는 제주시 도령로 50 이화오피스텔 2층. 연락처 74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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