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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가난보다 힘든 폭도 누명 벗으려 여군 되다
제주4·3연구소 '4·3생활사총서' 두 번째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3.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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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여성 6인의 구술 채록
일상 기록 통해 4·3 전체상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아버지 '빨간 줄' 때문에 이미 우리 가족은 '폭도' 가족이 되버린 거야. 나는 폭도 가족이라는 소리도 듣기 싫고, '내가 군인으로 가서 빨갱이 누명을 벗어야지!' 그 생각 뿐이었어."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한 정봉영(1934년생)씨. 해방 직후 가족과 함께 귀향한 그는 마을 이장이던 아버지를 1950년 예비검속으로 잃었다. 막내 동생은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고문 후유증으로 굶어 죽었다. 6남매의 맏이였던 그는 소녀가장의 삶을 살아야 했다. 가난보다 힘들었던 건 '폭도' 가족이란 누명이었다. 그 '빨간 줄'을 벗기 위해 그는 열아홉 살 때 여군에 지원했다.

정씨만이 아니라 제주4·3 속에서 그들 대부분은 10대 소녀였다. 우린 그동안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기회가 없었다. 4·3진상규명운동의 과정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던 이유가 컸다.

7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여성들의 삶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4·3의 전체상에 다가서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4·3연구소가 2019년 첫선을 보인 '4·3생활사총서'가 그중 하나다. 당시 '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이란 이름으로 생존자 8인의 신산했던 삶을 풀어냈던 4·3연구소가 두 번째 총서를 냈다. 문헌 기록에는 없는 4·3 체험세대들의 고통과 기억을 담아낸 '4·3과 여성 2, 그 세월도 이기고 살았어'다.

이번에는 6인의 여성을 모셨다. 정봉영, 김을생(1936년생), 양농옥(1931년생), 송순자(1938년생), 임춘화(1947년생), 고영자(1941년생)씨로 허영선 4·3연구소장, 양성자 4·3연구소 이사, 허호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조정희 4·3평화재단 기념사업팀장이 구술 채록과 정리를 맡았다.

어렵사리 지난 시절을 꺼내 놓은 여성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장이 되어야 했던 이들이다. 누구도 그들에게 엄청난 고통에 대비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으나 '삶이란 이런 것이다'를 말없이 보여줬다.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일시에 해체되고, 이름자 하나 써 볼 '트멍'도 없이 살아온 그들을 소개하는 이 책을 펴내며 허영선 소장은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혹한을 이겨내고 살아낸 위대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고 썼다. 도서출판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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