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버스를 목표로 2017년 시작한 제주형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2025년 멈춰섰다. 원희룡 도정에서 준공영제와 급행버스, 버스전용차로 등을 도입하며 출발한 이 교통 정책은 오영훈 도정 들어 간선급행버스체계(BRT)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했다. BRT의 핵심은 지하철처럼 양방향으로 운행하는 양문형버스가 도로 한가운데 조성된 섬식정류장에서 승객을 승하차하는 것으로, 지난 5월 서광로 3.1㎞ 구간에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당초 민선 8기 도정은 올해 10월 BRT를 동광로(2.1㎞)에도 도입하려 했지만 민원이 잇따르자 개선책을 찾을 때까지 무기한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막을 내린 도정 질문에선 핵심 교통정책이 표류한 원인을 두고 공방이 오갔다. 오영훈 지사와 같은 당 소속 도의원은 "왜 이렇게까지 서둘렀나", "버스 기사들은 매번 위험을 느낀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오 지사는 "놓친 부분이 있다"며 일부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BRT 도입 후 대중교통 속도가 빨라졌다며 성과까지 외면해선 안된다는 식으로 항변했다. BRT로 이름을 바꿔 달긴 했어도 '더 빠르고'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정책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연히 버스가 느리고 불편한데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상승할리 만무하고, 자가용 천국 오명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교통 정책이든, 경제 정책이든 그게 어떤 것이든 안전이 도외시되면 무익하다.
BRT의 가장 큰 문제는 양문형버스가 광양사거리에서 제주대 방면으로 우회전할 때 맞닥뜨리는 사고 위험이었다. 중앙차로를 달리던 버스가 해당 구간에서 우회전하려면 1차로에서 2·3·4차로로 순차적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1차로와 4차로까지 거리가 180m에 불과하다 보니 무리한 차선 변경으로 인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았다.
이미 버스기사들은 제주도가 정책 보류 선언을 하기 3개월 전 한 토론회에서 "목숨을 걸고 운전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래서 도의원이 "버스 기사들이 매번 위험을 느낀다"고 지적한 것인데, '그래도 버스는 빨라지지 않았느냐'고 대응을 하니 보는 사람의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다.
BRT에서 나타난 문제는 묘하게 최근 우도에서 발생한 렌터카 돌진사고와 겹쳐 보인다. 제주도가 올해 7월 8년 만에 우도 내 16인승 전세버스와 수소·전기 렌터카 반입을 허용하겠다며 기자회견을 했을 때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삼륜차와 사람들이 뒤섞여 다니는데 차량이 더 들어오면 안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제주도는 현장 단속과 계도를 잘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3개월 뒤 대형 사고가 터지자 당국은 그제야 렌터카 반입 완화 조치를 재검토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부산을 떤다. 이제 교훈은 분명하다.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다. 수백, 수천억원어치 효과가 있다 한들 사람 목숨보다 귀하지 않다. <이상민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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