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내년 1월 1일부터 수도권 지역에 시행되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는 환경 보전과 국토 자원 활용을 위한 시대적 과제다. 폐기물을 단순히 매립하지 않고 소각, 재활용하여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순환 경제 시스템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목표다. 그러나 이 정책의 연착륙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폐기물 처리 시설 부족과 그로 인한 뿌리 깊은 사회적 갈등이다.
지난 6월 제주도에서 발생한 '쓰레기 대란'은 이 문제가 단순한 우려를 넘어 현실적인 위협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주민 봉쇄로 멈춰 서자, 불과 사흘 만에 560t의 쓰레기가 적체됐고, 민간 업체 위탁 처리 비용은 t당 9만1000원에서 40만원으로 4배 가까이 치솟았다. 1억원이 넘는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행정 부담으로 전가됐다. 이는 특정 시설 의존도가 높은 지역사회, 특히 섬 지역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다.
이러한 사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시설 부족과 더불어 '님비(NIMBY)' 현상이다. 주민들은 소각장 등에서 배출되는 유해 물질과 악취로 인한 건강 위협을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새로운 시설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이는 결국 폐기물 처리 비용 증가와 예산 압박으로 이어진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혁신 기술' 도입과 '투명한 행정'에 있다. '용하에너지'의 연속식 저온 열분해 기술처럼 환경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술은 주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혼합 폐기물에서도 분리가 용이하고, 폐플라스틱에서 고품질 정제유를, 음식물쓰레기에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등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면, 기피 시설이 아닌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시설로 인식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폐기물 처리 과정과 최신 기술 도입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 주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 둘째, 시설이 위치한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이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지역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현재 제주도 역시 서귀포시에 추가 소각시설을 건립할 계획이지만, 과거의 방식으로는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1인당 폐기물 배출량이 전국 1위인 제주도의 사례는 관광지 특성을 고려한 강력한 감량 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와 같은 정책이 후퇴 없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폐기물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자, 수십조 원의 국가 예산과 직결된 문제다.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환경과 경제, 사회적 갈등 해소라는 네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현명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고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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