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해선 주민투표가 선행돼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2026년 7월 기초단체 출범이 가능한가?" 지난 7월 오영훈 지사의 취임 3주년을 앞두고 한라일보 등 제주 지역 일간지에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던진 질문 중 하나다. 오영훈 지사의 답은 이랬다. "2026년 7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출범이라는 목표는 도민의 염원으로서, 차질 없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오 지사는 가능 여부를 밝히는 대신 "2010년부터 이어져온 도민의 염원"이란 말로 답을 피해 갔다.
알다시피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은 민선 8기 오 지사의 10대 핵심 공약 중 맨 앞에 자리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26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지난 정부의 대통령, 총리,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를 건의했고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들과도 손을 맞잡는 등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앞서 제시했던 주민투표 데드라인은 이미 해를 넘겼다. 한편에서 회의적 시각이 흘러나오자 오 지사는 최근엔 행안부에서 8월 내 요구가 있으면 민선 9기에 맞춰 출범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사이 3개 기초단체 안을 놓고 지역 국회의원과 이견이 노출됐다. 새 정부에선 기초단체를 몇 개로 할지에 대한 제주의 단일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어서 이에 대한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중에 지난 13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내놓은 5년간의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중 ''5극 3특'과 중소도시 균형 성장'에 '지역 주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지원'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발표된 자료엔 세부 과제가 올라 있지 않으면서 정치권을 통해 취재한 결과다. 오 지사는 이튿날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2025년 제2회 추경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에서 그 과제가 "포함됐다"며 사실임을 확인해 줬다. 지역 사회 관심사였던 국정과제의 문구가 '숨바꼭질'하듯 얼굴을 내민 가운데 오 지사는 "정부 또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이행의 공동 주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선출직 공무원인 제주도지사로선 도민과의 '1호 약속'을 꼭 지키고 싶겠으나 민선 9기 제주형 행정체제 출범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정과제로 채택되었다고 해도 주민투표 요구 시점 등이 전해지지 않고 있어서다.
제주도는 민선 8기 들어 48차례의 도민 경청회, 3차례의 전문가 토론회, 각 4차례씩의 여론 조사와 도민 숙의 토론회, 2030 청년포럼, 도민 토론회 등 도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3개 기초단체를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대안으로 선정했다고 강조해 왔다. 주민투표 요구 시한이 다가올수록 제주도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꺼내며 정책 추진의 당위성을 외쳤다. 그러나 "2개냐 3개냐"라는 기초단체 설치 이전에 "왜 행정체제 개편인가"를 묻는 목소리들이 들린다. 8월이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때에 새겨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진선희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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