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3)서귀포에 인공수로(하)

[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3)서귀포에 인공수로(하)
1.2㎞ 길이 인공수로는 자연경사면 따라 축조
  • 입력 : 2022. 06.27(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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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도시 상상 가능한 생생한 증거
‘과거로의 여행 솔동산 8경’ 홍보
인공수로 활용해 스토리텔링도

서귀포시와 서귀송산마을회, 작가의 산책길 해설자회는 지난 2016년 4월 '과거로의 여행 솔동산 8경'을 스토리텔링화해 홍보중이다. 8경은 ▷1경 서귀진성(西歸鎭城)을 시작으로 ▷2경 목사고목(牧使古木) ▷3경 서진노성(西鎭老星) ▷4경 신작대로(新作大路) ▷5경 장수지원(長壽之園) ▷6경 송산고적(松山古跡) ▷7경 중섭휴의(仲燮休椅) ▷8경 백년수로(百年水路)다. 8경 중에 제1경, 2경, 3경, 8경 등 절반이 서귀진성과 관련돼 있다.

복원한 서귀진지. 드론 촬영. 강경민 작가

이 중 제2경 목사고목(牧使古木)은 이옥(李沃) 목사가 송산동으로 옮겨 축성한 서귀진성 터에 자리한 팽나무로 수령이 400년을 훨씬 더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제8경 백년수로(百年水路)이다.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조선시대 중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로 만든 저수지 흔적으로서 지금으로부터 420여년 전에 만들어진 목조저수지. 당시 선인들은 성 안에서의 식수를 해결하기 위해 정방폭포 원류인 정모시에서부터 이곳까지 1200m 구간의 물길을 열어 관개수로를 축조했다. 발굴된 수로는 매우 정교하게 축조되었고 수로 위로는 돌 덮개를 씌워 성안 군사들이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만들었다. 지금의 수도관 역할을 했던 것이다. 또한 끌어온 물을 저장했던 나무로 만든 작은 사각형 저수지가 발굴되었는데, 이는 그동안 서귀진에 관한 문헌기록과 일치한다. 이 것이 백년수로이다.

서귀진지 배수로 유적. 400여 년 전부터 서귀포 선인들은 인공수로를 통해 정방폭포 상류 정모시 물을 서귀진지까지 끌어다 활용했다.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100년 전에 제작된 구 서귀읍내의 지적도 도면에 나타난 인공수로(溝, 구)를 따라 답사했다. 그 때 서귀포의 원풍경을 상상하면서. 정방폭포 원류 정모시~소암로~송산동사무소~자치경찰단 서귀포지역경찰대(옛 서귀포시청)~서귀포초등학교~서귀진지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수로는 물 흐름이 원활하도록 하천에서 서남 방향으로 자연경사면을 따라 꺾인 형태다.

서귀진지에 복원한 집수정. 강경민 작가

서귀포의 선인들은 이미 400여년 전에 정방폭포 상류의 맑은 물을 도랑을 파 서귀진성까지 1.2㎞ 길이에 수로로 연결해 성 안 식수로 사용하고 주변 논 밭 경작지로 활용했다. 물의 도시 서귀포의 귀중한 증거이다. 이를 21세기, 오늘날에 재현해낸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강문규 전 이사장은 2016년 제주삼다수 스토리텔링 관련 제주개발공사 보고서에서 "이 지적도를 통해 서귀포의 수로는 지금부터 400여년 전에 서귀진이 축성될 때 이루어진 역사(力事)임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수백년 전에 상류의 물을 하류로 끌어들이는 수로를 만들어 성안에 급수하고, 논밭을 경작하며 백성들에게 필요한 용수를 공급했는지 선인들의 지혜가 놀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강 전 이사장은 최근 도민들을 대상으로 물의 도시 서귀포 물 답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전문가)>

■ 21세기 인공수로
도심에 표류수 활용한 ‘물의 거리’ 만들기
제주시 병문천~산지천 관통
서귀포 중정로 일대도 검토
구상단계서 논란속 흐지부지

시대를 훌쩍 뛰어 넘어 21세기 들어 바다로 흘려보내는 표류수를 활용해 도심에 물길을 내는 인공수로가 제주에서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지금부터 10년 전인 2009년의 일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중심가에 도심을 가로지르는 인공수로 구상이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논란 끝에 흐지부지됐다.

당시 제주시 원도심에 병문천과 산지천을 가로지르는 인공수로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 일도1동, 삼도2동, 건입동 일원 구 시가지 50만㎡를 대상으로 추진중이던 도시재생 시범사업의 핵심 개발컨셉인 친환경적 도시조성 방안으로 인공수로가 제기된 것이다. 인공수로는 도시재생사업의 동서축인 산지천과 병문천 하류 지역을 연결해 도심을 관통하는 것으로 길이 1km, 폭 10m 정도 규모.

제주시 구 도심의 인공수로는 산지천과 병문천을 연계한 수변공간을 조성하려는 취지로, 시가지를 해양·하천과 연계하는 공원·녹지축으로 형성하는 방안에서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서귀포에서는 관광자원 발굴조사 및 개발타당성 연구를 통해 도심 인공수로계획이 제시됐다. 도로폭이 좁고 불법 주정차 등 구조적인 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던 국민은행~동문로터리간 중정로 600m 구간에 ▷차 없는 거리 ▷물의 거리 ▷문화의 거리 등 3개 테마를 가진 신개념의 '명품 도로'를 추진한다는 구상이었다.

이 가운데 '물의 거리'는 차없는 중정로 거리 중앙 공간에 인공수로를 만들겠다는 구상. 이는 부산시 광복동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도로 중앙에 물이 흐르는 친수로 시설을 개설하겠다는 것이었다. 인공하천과는 다른 개념으로 하천 표류수를 인공수로로 흘려보내는 게 기본 구상이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표류수를 활용한 구도심 인공수로 구상은 논란과 토지 효율성, 재난 문제, 토지 보상 등 논란만 무성한 채 흐지부지됐다. 이 역시 제주 물 이야기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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