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을 다룬 두 번째 장편을 낸 양영수 작가는 4·3이 세계인식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진선희기자

일종의 책무였던 4·3소설
4·3문학상 수상 후 두번째

베트남전쟁 등 시공간 확장

그가 다시 장편소설로 붙든 건 제주4·3이다. 그 엄청난 비극이 이 땅의 평화를 모색하는 새로운 기운이 되지 못한 채 진영논리의 대립각이 아직도 완강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신작 장편 '복면의 세월'을 펴낸 양영수 제주대 명예교수. 대학에서 퇴임한 뒤 글쓰기에 전념해온 그는 앞서 장편 '불타는 섬'(2014)으로 제2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어린 시절부터 4·3 역사의 상흔을 곱씹으며 살아왔다는 그에게 4·3 소설은 언젠가 써야 할 일종의 책무였다. 4·3의 역사적 진실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 '불타는 섬'을 내놓았지만 못다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번에 또 한번 70여 년전 4·3의 현장으로 향해 과거와 오늘을 잇고 내일을 그려냈다.

양 작가는 "최고의 소설 테마는 사랑과 전쟁"이라고 했는데 '복면의 세월'에 그 둘이 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4·3과 6·25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김대중정부 시기 남북이산가족상봉 등으로 치달으며 문창주를 주인공으로 3대에 걸친 그들의 생애에 사랑과 전쟁이 얽히고 설킨다.

문창주의 부친인 문진섭은 제주읍 화북마을 부잣집 3대 독자로 4·3 당시 반미좌익운동에 참여했고 북한 인민군에 합류한다. 아버지에 얽힌 연좌제로 모범생이던 문창주는 국립체신고 입시에 떨어진다. 창주는 대학 재학 중 참전한 베트남전에서 '제국주의 미국'의 실체를 확인하는 한편 그곳에서 베트공 여전사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인연은 제주로 이어져 창주가 운영하는 감귤농장에서 살아난다.

"과거든 현재이든 우리 모두가 공동운명체라는 공감대의 형성이 중요하다"는 양 작가는 이번에 시간과 공간을 확장해 입장을 달리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숱한 세월의 파고를 넘는 동안 인물들의 시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볼 수 있다.

그는 "반미론자가 친미를 혐오하거나 친미론자가 반미를 백안시하는 과거의 불행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4·3사건이 수난과 원한의 역사이든 실패와 회한의 역사이든 이를 통해 세계인식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는 소중한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했다. 평민사.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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