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제시문들을 읽고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구술하시오


(가)1532년 프란치스코 피사로가 이끄는 168명의 스페인 부대는 남아메리카 미지의 태평양 해변에 도착한다. 그들은 목숨 외에 잃을 것이 없는 군인들이었다. 피사로는 그들에게 거대한 미지의 왕국의 전설적인 황금을 약속했다. 그해 11월 16일 잉카제국의 14대 황제 아타우알파를 만난 피사로는 잉카인이 태양신처럼 모셨던 왕을 인질로 삼아 '왕의 목숨을 구하고 싶으면 50m3 의 방을 황금으로 가득 채우라'고 협박한다.

왕국의 곳곳에서 그의 신민이 왕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황금을 모았다. 방안 가득 황금이 채워지자 피사로는 약속을 어기고 황금을 갈취한 후 아타우알파 왕을 처형한다. 피사로는 잉카 제국을 무너뜨리고 리마를 대륙 침략 기지로 삼아 약탈한 황금과 보물을 자기 나라로 보내는 교두보로 삼았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피사로가 168명으로 8만 명을 이끌던 잉카 왕을 손쉽게 제거하는 장면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정복자들은 자신과 조국에게 황금과 명예를 선사하고 천한 신분을 상쇄했다. 피의 승리는 거대문명의 파괴와 잉카족 멸망을 대가로 치렀고 잉카는 몇 세기에 걸쳐 식민지가 되었다. 이후 아메리카는 유럽 여러 나라에 희생되었으며, 아메리카에서 유입된 거대한 보물들은 유럽 산업화의 자본으로 쓰인다.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와 과학 발달의 발판이 된 산업혁명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상을 재물로 삼아 만들어 낸 인류의 아픈 역사의 출발점임을 부정할 수 없다.

(나)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부터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위험사회>에 노출되었다는 증거이다.

울리히 벡 교수는 1986년 출간한 <위험사회>에서 합의와 성찰과 반성이 없이 근대화를 이룬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현대인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근대화 초기 단계에는 풍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근대화 후기로 갈수록 위험요소는 더욱 커지게 됐다는 것이다.

즉, 위험은 성공적 근대가 초래한 딜레마며, 산업사회에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위험요소도 증가하고,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과학기술과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나타나며, 무엇보다 예외적 위험이 아니라 일상적 위험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현대인들이 환경보호와 웰빙에 관심을 쏟고 각종 보험에 가입하는 행위도 결국 불확실성의 불안을 극복하려는 방안의 일환이다. 위험은 재앙이면서 평등과 자유를 증대시키는 기회이다. 위험사회는 산업이나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정치 개념과 매체도 변화시킨다.

그는 근대화 발전의 성공에 따른 경제적 풍요를 동반한 대형 사건·사고의 위험을 지적하면서, 지금껏 진행되어온 근대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근대' 또는 '제2의 근대'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과학과 산업의 부정적 위험성을 감소시키고 궁극적으로 '성찰적 근대화'의 방향으로 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험사회론은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위험사회에 대한 해결의 출발점은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폭넓게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의 협의를 위한 공론장 마련이 중요하다.

(다)당나라 때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은 대사의 명을 받아 용궁에 가서 용왕의 융숭한 대접에 술을 몇 잔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팔선녀를 만나 수작을 한다. 팔선녀 일로 잠을 못 이루던 성진은 세속적 부귀공명에 대한 미련 때문에 번뇌한다. 결국, 육관 대사의 꾸짖음을 듣고 팔선녀와 함께 인간 세상으로 추방되어 양소유라는 이름으로 환생한다.

양소유는 열 세 살 때 부친을 여의고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다가 열여섯 살 때 과거에 급제한다. 그 후 토번의 난을 평정한 공으로 승상이 되어 위국봉에 책봉되고 부마가 된다. 양소유는 입신양명하는 과정에서 팔선녀의 후신인 여덟 명의 여성들과 차례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두 공주와 여섯 낭자를 거느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양소유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벼슬에서 물러나기를 황제에게 거듭 청하고, 황제는 마지못해 이를 허락하며 취미궁을 하사한다.

벼슬에서 은퇴한 양소유는 어느 날 퉁소를 슬피 불어 인생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깨닫고 도를 찾아 떠날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때 호승이 나타나 그의 꿈을 깨운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성진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과 꿈속에서 누렸던 영웅적인 삶이 구름처럼 '헛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성진은 부귀영화보다는 '참된 것을' 찾기 위해 불도에 정진한다. 결국 그는 '참된 것'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인생이라는 것을 터득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얻는다.

<구운몽>은 인간이면 누구나 꿈꾸는 욕망의 세계에 대한 도덕적 성찰의 필요성을 꿈의 형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고전이다.



[문제 1] 제시문 (가)~(다)에 나타난 문제점을 설명하시오.

[문제 2] 현대사회 부작용의 예를 들어 (가)~(다)에 나타난 문제점을 비판하시오.

[문제 3] (가)~(다)에 나타난 인간 욕망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지원학과와 관련하여 말해보시오.(구체적인 학과가 없을 때는 일반적인 방안 제시)



해설


1) 제시문 출전과 해설

(가) 『산업혁명의 슬픈 역사』 (NAVER)

(나) 울리히 벡, 『위험사회』 (새물결, 1986년)

(나) 『구운몽』 (국어교과서, 1986년)



제시문 (가)는 naver에서 발췌하여 출제의도에 적합하게 일부 윤문한 것이다.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준 서구의 산업 혁명이 타문화 파괴와 파멸로 이루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살펴봄으로써 현재 인류의 삶에 대한 성찰을 의도한 글이다.

제시문 (나)는 현대 사회의 고질적인 위험요소와 안전을 사회발전의 중심에 놓는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돌이켜 볼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을 시사한다.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되돌아보는 <위험사회>가 제시하는 관점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이런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관점과 해결 의지의 필요성을 역설함으로써 현대 사회 처방을 위한 지침서라 할만하다.

제시문 (다)는 국어교과서에 실린 김만중의 구운몽은 꿈의 형식을 빌려 인간 욕망에 대한 도덕적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이면 누구나 꿈꾸는 성취욕과 부귀공명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욕망 추구나 욕망 지향적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도덕적 가치가 필요함으로 이야기한다.

2) 출제 의도

[문제 1]은 제시문의 독해를 통해 현대사회의 출발점에 대한 반성과 비전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지문 내용을 자신의 진로와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이해하는 태도를 알아보기 위해 출제했다.

[문제 2]는 제시문과 내용적으로 긴밀히 연관된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창의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해 보기 위해 출제하였다. 대안을 제시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원칙적이고 당위적인 차원에 그치지 말고 가능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둘째, 자신이 제시한 대안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사례 근거들을 제시함으로써 그 대안이 매우 그럴듯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3) 예시 답안

[문제 1] 제시문은 공통적으로 인간이 무리한 물질 욕구 때문에 발생하는 현대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인간의 급성장 욕구는 현대인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가)는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와 과학 발달의 발판이 된 산업혁명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상을 재물로 삼아 만들어 낸 인류의 치명적인 발달 역사임을 고발하고 있다. (나)는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합의와 성찰과 반성이 없이 이룩한 <위험사회>라고 지적한다. (다)는 <구운몽>은 인간이면 누구나 꿈꾸는 욕망의 세계에 대한 도덕적 성찰의 필요성을 꿈의 형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물질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삶의 기준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현대사회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임을 지적하고 반성과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 2] 최근 우리 사회를 안타깝게 하며 세상을 뜨겁게 달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국정논단 사건, 살충제 계란 등에서 나타난 일련의 사건들이 현대사회가 위험사회임을 말해주고 있다. (가)~(다)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해 보면 이런 사건들이 공통적으로 짧은 시간에 이익을 챙기고, 남에게 해를 입히면서도 자신들만 이득을 챙기려는 인간의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은 경제적 약자인 학생과 영세상인을 기업 이익의 재물로 삼아 대량 살상이라는 역사적 참사를 초래했으며, 살충제 계란은 당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임시방편으로 처리하려는 그릇된 욕망의 결과물이고, 국정농단은 국민적 합의와 성찰과 반성이 없이 국정을 이끌고 출세지향적이고 황금만능주의에 매몰된 부도적한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위험사회의 전형이다. 따라서 위험사회는 기본과 원칙 무시한 채 빠른 시간에 물질적 욕구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무리한 욕망이 초래한 모순된 사회 구조임을 자각하고 해결해야 한다.

[문제 3] (가)는 상대방의 희생으로 이익을 챙기는 현대사회의 부작용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고, (나)는 합의와 성찰과 반성이 없이 물질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현대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다)는 인간이 물질적 욕망·권력 지향적 출세주의·애증에 대한 집착 등 속물적인 삶에 대해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결국 현대사회가 인간의 욕망과 조급증 때문에 위험사회로 변모하고 있음에도 현대인은 그 심각성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어쩌면 현대인들은 물질적 풍요와 부귀영화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판 양소유인지도 모른다.

이런 심각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대사회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욕망 지향 사회구조의 모순을 깨닫고 진정한 가치를 찾으려 할 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 그 문제의 열쇠는 개인의 자율적인 해결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물질 추구'가 전적으로 나쁘거나 잘못되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의 균형 회복일 것이다. 그리고 원칙과 정도에 맞는 합리적인 법 시행과 남을 배려하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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