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철과 홍윤애의 딸과 사위의 무덤이 발견돼 '유배문학의 꽃'으로 평가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소재를 더해주고 있다. 딸 양주조씨와 사위 박수영의 묘와 딸의 비석.

사위와 함께 묻혀… '유배문학' 이야기 소재 완결편 제공

새롭게 '제주여성의 아이콘'으로 정착해 가고 있는 의녀 홍윤애와 제주목사 조정철의 딸과 사위의 무덤이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라일보는 오는 23일 '의녀 홍윤애 추모문학제'를 앞두고 발견된 홍윤애 딸과 사위의 비문 전문을 번역해 소개한다.

홍윤애(?~1781)는 조선 정조 때 제주에 유배된 조정철(1751~1831)과 사랑을 나누고 딸까지 낳은 뒤 조정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인물이다. 조정철의 정적 김시구 제주목사가 부임 후 조정철을 모함해 제거하려 하자 홍윤애는 모진 고문을 받은 끝에 순절했다. 권력에 굴하지 않은 홍윤애의 순절은 제주여성의 기질과 당찬 기개를 널리 알려 제주여성의 귀감이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정철 역시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29년의 유배생활에도 살아남아 복권된 뒤 더 높은 관직으로 갈 수 있었는데도 제주목사로 자원해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는 목사로 부임한 후 헤어진 딸을 찾아내는 한편 홍윤애의 무덤을 찾아 통곡하고 추모시를 써서 비석을 세웠는데, 사대부가 여인을 위해 세운 묘비는 극히 드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묘비는 조정철의 시문집 '정헌영해처감록'과 어우러지면서 '유배문학의 꽃'으로 평가돼 많은 국문학도들이 현재도 무덤을 답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일화는 '춘향전'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등 기존의 '사랑'을 테마로 한 문학과 달리 단순한 '순애보'에 그치지 않고 불의에 항거한 고결한 정신을 보여주고 사실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문학과 스토리텔링의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조정철·홍윤애 딸 양주조씨(1781~1863)와 사위 박수영(1783~1811)의 무덤은 애월읍 한 중산간마을 남쪽 농지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박씨 집안에서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 채 관리해오다 이번에 한라일보 '제주 유배인과 여인들' 특별취재팀이 족보와 비문을 해석한 결과 이들의 무덤임을 확인했다.

딸의 묘비 앞면에는 '恭人楊州趙氏之墓(공인양주조씨지묘)', 사위의 묘비 앞면에는 '通德郞朴秀榮之墓(통덕랑박수영지묘)'라고 새겨져 있다. 박수영은 조정철이 제주목사로 부임하기 3개월 전에 숨져 장인과 사위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딸은 아버지가 제주목사를 역임하고 조정에서 관직을 이어가다 사망한 후에도 30여 년을 더 살았다. 딸의 묘비에는 자신의 삶과 함께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씨는 판서공 정철의 딸이다. 건륭 신축(1781) 2월 30일에 태어났다. 박수영에게 시집가서 1남 2녀를 낳았다. 아들 규팔은 일찍 죽었고, 그의 아내 양씨가 (규팔의)사촌형의 아들 종렬로 뒤를 잇게 했다. 첫째 딸은 진사 김석린에게 시집갔고, 둘째 딸은 현감 강이철에게 시집갔다. 동치 계해(1863) 11월 24일 돌아갔다. 같은 해 12월 18일 부룡포 지아비 묘 서편에 사작지원(巳作之原)으로 함께 모셨다."(백종진 제주문화원 문화기획부장 번역)

묘비명에 따르면 아들은 일찍 죽어 양자를 들였지만 딸들은 모두 토족 명문가에 시집갔다. 홍윤애의 큰손녀 사위인 진사 김석린(1806~?)은 제주성안 사람으로 1828년 진사시험에 합격했으며, 1844년 우도에 들어가 밭 갈기를 허가받고 입주한 주민의 자제를 가르친 선비다. 둘째손녀 사위인 강이철(1809~1890)은 아버지와 형 이철과 함께 당대에만 한 집안에서 3명이 정의현감을 지낼 만큼 명문가다.

김순이 제주문인협회장은 "홍윤애 비문은 문화재로 지정돼야 할 유배문화는 물론이고 제주여성문화의 가장 중요한 유산"이라며 "이번에 딸과 사위의 무덤이 새로 발견되고 그 삶이 밝혀지면서 조정철과 홍윤애 이야기의 말미가 완성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제주문인협회는 홍윤애가 비명에 간 지 232년 만에 그 넋을 기리며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정의롭게 행동하는 제주여성의 기개를 널리 선양하기 위해 오는 23일 오후 5시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홍윤애 무덤에서 '의녀 홍윤애 추모문학제'를 연다. 문의 748-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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