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간드락소극장에서 '오돌또기'공연이 끝난 뒤 배우와 스태프 등이 한데 모였다. 자파리연구소는 세상의 쓸모없는 것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의미를 찾아주기 위해 새로운 창작극을 개발하고 있든 테러제이의 공연팀이다. /사진=자파리연구소 제공

'할머니의 낡은 창고' 등 창작극에 섬의 정서
애써 찾아 쓰기보다 자연스러운 제주말 대사


자파리. 송상조씨가 엮은 '제주말 큰사전'을 보면 아이들이 벌이는 온갖 장난을 제주에서는 그렇게 부른다. 젊은 문화단체 테러제이는 2004년 공연팀 '자파리연구소'를 만들었다. '세상의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생명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즐거운 실험을 하겠다'며 탄생했다.

자파리연구소 창립 이후 처음 내놓은 창작극이 '섬 이야기'. 제주섬에 무심한 듯 흩어져있는 현무암을 소재로 한 이미지극이었다. 뒤를 이어 '할머니의 낡은 창고'를 만들었고 지난달엔 '오돌또기'를 초연했다.

이들 공연팀은 1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젊은단원들로 채워졌다. 몇몇이 들고나는 중에 오경헌 대표(38)를 비롯해 김혜진(30) 성민철(28) 최은미(26) 조은(18)단원이 자파리연구소를 지키고 있다.

이들의 무대엔 감물염색을 들인 옷을 입은 인물이 등장해 제주섬의 오래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할머니의 낡은 창고'나 '오돌또기'엔 제주말 대사가 나온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유년으로 돌아가 그 풋풋한 섬의 정서를 담아내는 일이 생소하진 않았을까.

단원들은 익숙한 말과 풍경이 아닌 터라 그것들을 '공부'해 익힌다고 했다. 대본을 쓰면서 역사속으로 걸어들어간 제주민속자료를 보기 위해 박물관을 돌아보고, 제주어 대사는 주변에 자문을 구할 때가 많다.

자파리연구소가 지금까지 공연한 창작극은 한결같이 가족극이다. 아이들과 함께 공연장으로 나선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제주말로 전하는 대사 하나하나에 어느 시절의 풍경이 떠올라서 그런지 모른다.

"사투리는 제주에 있는 돌멩이와 같다. 사투리를 꼭 써야 한다, 찾아내야 한다는 의무감 보다는 늘 우리 곁에 있으니까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다. 애써 제주 사투리를 쓰기보다는 공연 현장에 따라 표준어로 바꾸거나 현지 언어로 대사를 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물론 사투리로 공연을 한다."

오경헌 대표의 말이다. 부러 제주말을 찾아내고, 손때 묻은 섬의 유산을 꺼내놓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파리연구소 단원들은 매년 그런 사연들을 만나고 있다. 테러제이가 주축이 된 '머리에 꽃을'거리예술제에서 2년전부터 '문화 유목민'이란 이름으로 제주섬 마을을 순례하고 있어서다. 마을을 외로이 지키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말벗이 되어 공연을 하고 설치를 하는 동안 보고 배우는 게 있다. 지금, 이 순간 제주섬에 발디디고 있음을 발견하는 여정이고 그것은 자파리연구소의 든든한 자원이다.

"서울이나 일본처럼 제주밖에서 공연했을 때 관람객들이 보여주는 관심이 더욱 뜨겁다. 제주의 정서가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제주에 산다는 게 감사하다."(김혜진)

자파리연구소 단원들은 다음달 16일부터 14박 15일동안 거리예술제를 열고 다시 길을 떠난다. 그 길 위에 흩어지는 수많은 섬의 언어들이 그들에게 안길 것이다. 제주말은 그렇게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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