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ED 지상전] (14)김산의 '삶의 노래'

[갤러리ED 지상전] (14)김산의 '삶의 노래'
제주 섬의 내일을 꿈꾸기 위해 '본향'으로 가다
보이는 아름다움 아닌 역사·문화 밴 사회적 풍경
  • 입력 : 2021. 08.04(수) 18:51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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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엔 수백, 수천 년을 제주 사람들과 함께해온 존재들이 있다. 흙과 바위와 바다를 헤집으며 무수한 인공물을 생산해온 시대의 세찬 변화 탓에 근원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현실에서 이 젊은 작가는 '본향(本鄕)'을 말한다. 사람 누구나 존재론적 고민을 안고 살지만 제주에서 태어난 그는 이 땅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인 청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인 '젊은 모색 2021'에 초대되는 등 주목받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산 작가다.

 한라일보가 운영하는 갤러리 이디(ED) 초대전에는 캔버스에 아크릴로 작업한 '삶의 노래'와 '본향-곶', 한지에 아크릴로 그린 '본향'이 나왔다. '본향' 연작엔 태곳적 숲이 자리 잡고 있고 '삶의 노래'에선 이 섬이 겪은 온갖 희로애락을 굽어봤을 돌하르방이 관람자를 응시한다.

 김산 작가에게 제주 풍경은 단순히 보이는 아름다움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와 문화, 인간의 삶이 녹아있는 사회적 풍경"이다. 왜 사회적 풍경인가. 시·공간적으로 본토와는 다른 풍토 속에 타원형의 섬 안에 간직해온 인문·사회적인 환경은 예술이 던지는 본원적인 물음을 탐구할 수 있는 좋은 재료임에도 하루가 다르게 부서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난개발로 가속화되는 자연 파괴와 환경 훼손을 목도하면서 눈앞에 있는 섬의 풍광을 넘어 우리가 누리는 마지막 자연과 공동체 사회를 증언하듯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작업엔 역설적으로 '불가능한 자연'이 펼쳐진다. 생존을 위해 가뭄의 돌밭을 일궈온 사람들, 그들의 삶 속에 탄생한 돌담·밭담·산담·원담, 야생 그대로의 숲은 잃어버린 우리의 기억을 깨운다. 기억한다는 것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내일을 기약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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