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혁의 건강&생활] 풍수지탄

[강준혁의 건강&생활] 풍수지탄
  • 입력 : 2021. 05.12(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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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통합 돌봄 서비스로 서귀포시에서 시범사업을 하는데 한의진료로 방문진료를 다니고 있다. 서귀포시는 고령사회 지역으로 노인들이 많고 그만큼 서비스 대상자가 많아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많은 편이다.

연로하시고 거동이 불편해서 병원을 다니기가 힘든 노인 대상으로 집으로 찾아가서 한의 진료를 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에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어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이 나는 것을 몇 자 적어본다.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옛말이 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기는 해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된다.

지인이 요양원을 하는데 거기에 계신 분들의 보호자를 상대하다 보면 자신의 자식들한테는 최고로 아끼지 않고 투자를 하는데 정작 그 부모한테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로 최저로 될 수 있으면 공짜로 할 수 있는 것만 찾는다고 한다.

자기 자식한테 하는 것에 십분의 일만 부모한테 하면 효자 소릴 듣는 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자신의 부모에 우리가 효도를 못하고 사는 현실이 반영이 되는 말일 것이다. 방문 진료를 다니는데 대상자 중에 한분이 치매가 심해서 요양원으로 가시게 된 분을 봤다. 자식들이 다 있는데도 매일같이 모실 형편이 못돼 요양원으로 가시게 되는 케이스다.

요새는 시설에 입소시키는 것이 꼭 불효가 아니지만 자기 자식이라면 아무리 힘이 들어도 왠만하면 자식을 떨어뜨려 놓고 시설에 맡기는 건 힘이 들 것이다. 연로한 노인들이라 요즘같이 코로나 시대에는 요양원에 입소하면 돌아가실 때까지 가족들과 이별을 하는 것이라서 입소를 앞두고 마지막 진료를 하면서 돌아서는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간혹 정신이 드실 때 말하곤 하시는 게 자신의 자식들을 다 대학까지 공부를 시켰다고 자랑도 하시고 효자라고도 자랑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모시기가 힘이 들어 시설로 가시게 된 것이고 가족 간에 이별을 하게 되는 현실이다.

또 한 케이스는 부부가 치료를 같이 받는데,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 보였다.

여자 어르신이 더 상태가 심각한 경우인데 남편 분이 부인을 잘 챙기고 계셨다. 역시 자식이 못하는 것을 배우자가 다 하고 계셨고 두 분 사이를 죽음이 갈라놓지 않는 한 서로 의지하면서 집에서 같이 사실 것이다. 시설 입소를 시킨다고 다 불효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긴병에 효자가 없다고 시설에서 부모를 모시면서 잘 찾아뵙는 것이 서로가 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부모에 효도하는 마음만은 변치 않기를 빈다. 코로나로 자주 못 보는 것이 핑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서운함이 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됐으면 좋겠다.

사람은 알면서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막상 행동으로는 잘 실천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그런 케이스 들을 보면서 나는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데 과연 내 스스로가 그렇게 잘 실천할 수 있을까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살아야겠다.

나무는 그 자리에 있고 싶은데 바람이 흔들어서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풍수지탄이 있다. 부모는 늘 같이 있지 못하고 세월의 바람 때문에 언젠가는 자식보다 먼저 돌아가시게 된다.

살아실제 섬기기를 다 하여라는 말이 후회되지 않도록 자식한테 하는 것에 십분의 일만이라도 부모에게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5월이 됐으면 좋겠다. <강준혁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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