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섬에서 헤아린 씨앗에 코로나 시대 희망의 숫자

제주 섬에서 헤아린 씨앗에 코로나 시대 희망의 숫자
강술생 작가 생태미술 작업 기록 '씨앗의 희망' 개인전
코로나 직후 지난 1년 간 하나의 호박서 얻은 씨앗 등
쓸모 잃은 땅에 심어 새 생명… 아카이브전·씨앗 필사
  • 입력 : 2021. 04.14(수) 16:03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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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술생의 '씨앗의 희망'(2021). 쥐이빨옥수수대, 수수대, 수수씨앗, 원형 광목천을 이용한 설치 작업이다.

코로나 시대, 그는 씨앗을 하나하나 세는 일에 나섰다.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를 보며 '절망'하는 우리들에게 그는 1에서 시작해 100, 1000, 10000 등 지치지 않고 일일이 셈한 씨앗의 수로 '희망'을 말하려 한다. 관광과 개발의 논리가 확장되어 온 제주 섬에서 생태미술에 몰입하며 그에 대한 예술적 성찰을 시도하는 작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강술생 작가의 개인전 '씨앗의 희망'이다.

강 작가는 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씨앗-잊혀지는 숫자 헤아리기' 작업을 시작했다. 코로나 종식 시기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호박, 수숫대, 옥수수대에서 얻은 무수한 씨앗을 헤아리며 이 세계의 생명력을 확인하는 예술행동이었다.

그중 늙은 호박 하나에서 나온 씨앗과 수숫대 씨앗들을 도시계획에 의해 일괄 주택지로 전환되면서 15년간 쓰임을 잃었던 땅에 심는 '100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별한 관리 없이 자연농법으로 키웠는데, 씨앗들은 스스로 발아하고 성장하며 열매를 맺었다. 인간들이 바이러스에 맥없이 흔들리고 있을 때, 작은 식물들은 오늘도 생명을 틔워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16일부터 22일까지 갤러리비오톱(제주시 신성로6길 29)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1년에 걸쳐 몸의 감각과 사유를 응집했던 그 여정이 공개된다. 생태미술 아카이브 전시와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꾸며지는 자리다.

'하나의 수수대에서 얻은 113개의 수수대'(2021). 디지털 프린트.

전시명 '씨앗의 희망'은 '월든'의 작가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 사후에 발간된 동명의 저작물에서 따왔다. 자연에 대한 사랑, 근대 문명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는 소로우의 철학과 잇닿는 전시임을 알 수 있다.

갤러리 1층엔 지난 1년 동안 자연에서 얻은 작물의 뿌리, 줄기, 씨앗을 이용한 설치 작업이 놓인다. 2층에서는 씨앗의 성장을 기록한 사진과 영상 등을 나누고 '100평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새로운 씨앗들을 이용해 소로우의 책 속 문구를 씨앗으로 '필사'해보는 참여 행사가 마련된다.

강 작가는 "하나의 호박에서 시작된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예술적 질문이며,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필요한 자연생태와 마음생태를 연결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갤러리 개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전시 기간 매일 오후 4~5시에는 아티스트 토크와 참여 행사가 예정됐다. 온라인 전시는 유튜브 채널 'Artist 강술생'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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