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이은 제주4·3의 비극 사랑으로 치유된다면

세대 이은 제주4·3의 비극 사랑으로 치유된다면
제주 박미윤 작가 장편 소설 '연인' 발간
  • 입력 : 2020. 12.29(화) 18:57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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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이라는 광풍은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언어도단의 현실에서 제주 사람 개개인의 고통이 어떠했는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여기, 두 남녀를 통해 4·3이 드리운 깊디깊은 상처를 들여다본 장편 소설이 있다. 제주 박미윤 작가의 '연인'(청어 출판사)이다.

이번 장편 집필은 작가가 4·3 자료를 조사하면서 당시 어느 여교사가 약혼자의 석방을 위해 서북청년단 출신 경찰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계기였다. 몇 년 뒤엔 일본에 사는 여성이 4·3 때 헤어진 연인을 찾아 제주에 왔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작가는 그 두 사연에 상상력을 입혀 두 세대에 걸친 인연과 악연이 펼쳐지는 '연인'을 창작했다. '산민중'이란 제목으로 제1회 4·3평화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던 작품으로 원고를 깁고 보태 이번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박미윤 소설가

소설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양윤자가 옛 연인 고진석을 만나기 위해 일본 오사카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치매에 걸린 고진석이 써놓은 자서전을 통해 과거 둘 사이에 놓인 비밀이 차츰 드러난다. 이들은 서로를 살리기 위해 가고 싶지 않은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윤자는 무자비한 토벌로 고문을 자행했던 경찰과 혼인했고, 진석은 빨갱이를 색출해야 하는 민보단이 되었다.

이들의 비극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 윤자의 아들이 공권력에 의해 희생되는 모습은 반성하지 않는 역사의 과오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윤자의 딸 혜수, 진석의 아들 신지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면서도 엇나가는 장면 역시 역사의 굴레를 그려내는 장치로 쓰인다. 딸 혜수는 엄마 윤자의 못다 이룬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작가는 2009년 제주문인협회 제주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소설집 '낙타초'를 냈다. 현재 제주문인협회, 제주펜, 애월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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