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근의 현장시선]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농업의 가야 할 길

[변대근의 현장시선]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농업의 가야 할 길
  • 입력 : 2020. 08.21(금)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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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동북아의 집중호우는 역대급 기상관측을 뛰어넘고 있다. 지난 6~8월에 걸쳐 한반도를 뒤덮은 최장기 장마와 집중호우로 농경지가 침수되고 애써 키운 농작물은 물론 인명피해까지 속출했다.

일본과 중국에도 기록적인 폭우 피해가 잇따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07년 만에 54℃ 넘는 기온이 측정됐고,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 유럽도 펄펄 끓고 있다. 문제는 전례 없는 기상이변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부터 가을장마와 따뜻한 겨울, 올해 봄의 높은 하루 일교차, 역대 가장 긴 여름 장마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온난화 진행속도도 빠르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1℃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8℃로 거의 2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제주는 2.2℃의 기온상승을 기록했다. 온대기후에서 급격히 아열대기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뜨거워지고 있는 한반도 기후변화로 먹거리 생산 환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미 한라봉 재배지역은 전북 김제까지 북상했다. 앞으로 제주에서 노지감귤 재배가 어려워질 가능성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하다.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농가, 농협, 행정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망고, 파파야, 용과, 올리브 같은 열대과일 재배면적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늦은 감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미 열대과일 통합브랜드를 제정하고 포장 다양화 등 차별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신소득 작물의 발굴, 생산기술의 보급, 안정적인 판로의 확보,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비 등 기후변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감귤산업뿐 아니라 새로운 제주농업의 먹거리로서 아열대작물 재배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첫째, 감귤의 경우 만감류 등 시설재배 증가와 재배지역 북상으로 인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감귤은 앞으로 최소 수십 년간 제주경제를 지탱할 모태산업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감귤의 피해 최소화를 유지하면서 아열대기후에 맞는 품종갱신·육성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둘째, 아열대작물 육성·지원을 위한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아직 아열대 작물 재배환경은 시작단계나 다름없다. 아열대성 기후 변화에 대응해 제주지역에 적합한 아열대 작물체계의 확립과 더불어 재해와 병해충에 강한 품종을 육성하고 재배기술 지원, 소비지 유통채널 구축까지 지자체와 농협, 농가가 머리를 맞대어 전반적인 육성·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감귤류 재배에 편중된 비중을 서서히 분산시켜 나가야 한다.

셋째, ICT기술 등 4차산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팜을 확대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출현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을 만들 듯이, 최근의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신기술과 농업의 융합은 필수불가결적 요소다.

우선 생산, 가공, 유통 단계에서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가능한 모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지능화된 농업시스템을 구축하여 작물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하고, PC와 스마트폰 등을 통한 자동원격 관리로 생산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편리성을 높여야 한다.

우물은 목이 마르기 전에 파야 한다.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변화하라는, 그것도 과감하게 가능한 모든 것을 바꾸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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