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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경의 건강&생활] 또 다른 지하세계와 기생충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0. 02.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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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서구 선진국에 주눅 들기 십상이던 우리에게 환희와 자긍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생충'에 대한 여러 견해가 존재하지만 이 영화가 자본주의사회 속 빈부격차에 따른 계급의 양태를 풍자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영화를 보며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또 다른 계급이 떠올랐다. 정상과 비정상의 계급.

대개 '비정상'은 무엇이 '정상'으로 정의되느냐에 따른다. 학술어가 아닌 통용어로서의 '정상'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함'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우월함'은 넓은 범주의 정상에 포함된다. 그러니 '비정상'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열등함 혹은 다수 사람들이 동정이나 무시, 거부감을 느끼게 다름'으로 통한다. 현대적 인권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구분에 울컥 반감이 올라오겠지만 현실 사회에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지하세계인은 '정신적으로 비정상'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질병은 개체의 삶과 사회를 반영한다. 그러므로 우울증,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의 증가는 우리의 삶과 사회의 변화에 관련이 깊다. 자해, 자살, 반사회적 범죄의 증가도 마찬가지다. 왜냐면 공포, 불안, 우울, 분노, 공격성에는 의식에서 밀려난 그로테스크한 악몽과 그 사회의 음습한 뒷골목 풍경이 담겨지기 때문이다. 초고속의 편리함과 건강 100세의 신화를 이루었건만 현대사회의 풍경은 음울하고 위태롭다.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아득한 공허의 낭떠러지가 악어처럼 입 벌리고 있고, 날아든 담뱃재 하나에도 폭발할 분노의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며 간다.

정신질환은 그 사회를 비추는 이상한 나라의 거울이다. 비틀어 보여주기에 괴이하고 우스꽝스러우며 공포스럽지만 이를 덮어서는 안된다. 억압된 무의식이 그렇듯 모른 척 외면하면 터미네이터처럼 더욱 강력하고 위협적이 되어 되돌아온다. 그러니 당신이 정신질환, 범죄, 학교폭력, 따돌림이 남의 일이라 여긴다면, 조만간 지상의 당신 집을 지하세계인들이 쑥대밭으로 만들지 모른다, 담장을 높이고 철문을 두텁게 하는 것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야기된 감염과 혐오라는 공포가 교역 중단, 여행 자제, 혐오 공격으로 전 세계를 마비시키고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중국 사회가 일사분란하고 조직적인 대응으로 향후 인공지능 시대에 유리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하였으나 이번 사태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도리어 중국은 국민들의 공안정치에 대한 반감과 언론 자유의 외침이 커지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최근 미국에서도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주의, 장벽 강화주의, 극단적 자국 이기주의 정책 하에서 비영어권 영화가 역사상 최초로 오스카 4관왕을 획득한 것이다. 인류의 집단 지성은 힘의 쏠림에 대해 균형을 잡도록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현대는 통제와 자유가 둘 다 증가하고, '내가 더'와 '함께'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잡는 흥미로운 시대다. 부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기쁨이 국뽕에 머물지 않기를, 더 늦기 전에 공동체에 대한 윤리와 책임 없이 내 자유와 권한도 없다는 묵시록적 메시지에 깨어나기를. <신윤경 봄 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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