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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플러스] '새철 드는 날' 묵은 액 물리치고 기쁜 일만 가득하길
24절기 중 첫째 절기인 입춘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1.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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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2월 4일은 입춘. 제주에서는 '새철 드는 날'이라 하여 입춘굿, 입춘첩 쓰기 등을 하며 새해 첫 절기의 의미를 새겼다.  사진=한라일보 DB

양력 2월 4일 입춘첩 등 붙여 백 가지 복에 크게 길하길 담아
제주는 농경의례 입춘굿 행해 제주민속촌은 입춘첩 나눔 행사
입춘 전 3일까지는 신구간 풍습 '신의 부재’ 동티 안나는 이사철


24절기 중 첫째 절기인 입춘(立春)이 눈앞이다. 대개 양력 2월 4일에 드는 입춘은 글자 그대로 봄이 시작되는 날이다.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절기인 입춘은 제주 이사 풍습인 신구간과 연결된다. 신구간은 묵은해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과 새해의 첫 절기인 입춘 사이에 있다.

 신구간에서 입춘으로 이어지며 비로소 새해를 맞이하는 풍경을 따라가보자.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folkency.nfm.go.kr), 현용준의 '제주도 사람들의 삶'(2009), 문순덕의 '제주여성 속담으로 바라 본 통과의례'(2004) 등을 참고했다.

 신구간은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3일까지 약 1주일간을 일컫는다. 신구세관(新舊歲官)이 바뀌는 시기로 올해는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 해당된다.

 지상에 내려와 인간사를 수호·관장하던 신들은 때가 되면 한 해의 임무를 마치고 하늘의 옥황상제 앞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새로운 신들이 땅에 내려와야 하지만 임무 교대가 바로 이루어지지 않아 신들의 부재가 발생한다. 제주에서는 이 기간에 이사나 집수리 등 집안 손질을 하는 게 좋다고 믿었다. 불길한 날이나 길일(吉日)이 따로 없어 재앙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신구간이 아닌 날에 조왕(부엌), 통시(변소), 쇠막(외양간)을 고치거나 울타리 안에서 흙을 파는 일 등을 하면 곳곳을 관장하는 신 때문에 다리, 눈, 머리, 목, 가슴이 아프는 등 동티가 난다고 생각했다.

 신구간을 지나서 찾아드는 절기가 입춘이다. 궁중에서는 입춘하례를 지냈고 함경도 목우(木牛) 놀이 등 지방에서도 여러 의례가 잇따랐다. 집집마다 기복 행사로 입춘축(立春祝), 입춘서(立春書), 입춘첩(立春帖) 등으로 불리는 글씨를 써서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이는 일도 했다.

 제주에서도 입춘을 '새철 드는 날', '샛절 드는 날'로 칭하며 절기를 났다. 입춘굿이 대표적이다. 농경의례에 속하는 입춘날 굿놀이로 탐라의 왕이 몸소 백성들 앞에서 밭을 갈아 풍년을 기원하던 풍속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제주 심방들이 관아의 중심지로 한데 모여들어 제주 사람들의 안녕과 풍농, 풍어를 기원해왔다.

 대문, 정짓문(부엌문) 등에 붙일 입춘서도 썼다. 建陽多慶來百福(건양다경래백복, 양기가 서니 경사로움이 많아 백 가지 복이 오고) 立春大吉去千재(입춘대길거천재, 봄이 오니 크게 길하여 천 가지 재해가 물러간다)와 같은 글귀는 대문에 써붙였다.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날인 만큼 말이나 행동을 삼가도록 했다. 묵은해의 일들을 말끔히 청산하고 새로운 마음을 안고 새해를 불러오자는 의미가 있다. 제주에서도 새철이 들기 전에 이웃에서 빌려온 물건이나 꾼 돈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유교문화의 습속 탓인지 여자들은 입춘날 남의 집에 안 간다는 말도 있었다.

 세찬 변화의 흐름 속에 신구간이나 입춘을 맞는 일상들이 예전 같지 않다. 20년 전만 해도 제주시에서 이사하는 가구의 절반 이상이 신구간에 짐을 옮겼다고 하는데 지금은 시기를 굳이 따지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2월 절기인 입춘이나 대보름보다 발렌타이데이가 더 친숙해진 시대가 되었다. 그래도 선인들의 풍습을 이으며 입춘의 뜻을 새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민속촌은 2월 3~4일 오전 10~오후 4시 낙화혁필 공예방에서 입춘첩 나눔 행사를 연다. 방문객들에게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입춘첩을 미리 준비해 나눠준다. 제주민속촌은 "24절기의 첫 번째 날 마련한 입춘첩 나눔을 통해 겨울 동안 묵었던 액운을 물리치고 새해에는 기쁜 일이 많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반면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해 2월 1일 낭쉐 코사를 시작으로 입춘날인 2월 4일까지 제주목 관아 일원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탐라국입춘굿은 올해 중단된다. 1999년 제주민예총이 복원해 도심 새봄 축제로 되살렸던 탐라국입춘굿이 해를 거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30일 취소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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