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계 이 사람 (34·끝) 제주춤 외길 김희숙씨

제주문화계 이 사람 (34·끝) 제주춤 외길 김희숙씨
"해녀춤·물허벅춤 소재 넘어 그 안의 혼 지켜야”
  • 입력 : 2019. 12.03(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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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립예술단 초대 상임안무장으로 제주춤 외길을 걸어온 김희숙씨. 선후배 예술가들이 그의 춤 인생 60년을 맞아 단행본을 엮고 이를 기념하는 무대를 준비했다. 진선희기자

내년 30주년인 도립무용단
90년 창립 초대 상임안무장

한 우물 판 예술가 기리며
'솔향의 제주춤 60년' 엮어
이달 7일 선후배 기념무대


제주4·3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어느 지역보다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이 땅에서 딸을 예술인, 특히 무용가의 길로 이끄는 일은 쉽지 않았을 테지만 그의 부모는 달랐다. 언론인이었던 아버지(김윤옥) 손에 이끌려 무용학원 문턱을 넘은 때가 네 살이었고 이듬해 1959년 가을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올해로 꼭 60년이 된다. 제주도립무용단의 전신으로 1990년 창립한 제주도립예술단 초대 상임안무장(상임안무자)을 맡아 10년 동안 예술단의 기반을 다진 뒤 퇴임한 춤꾼 김희숙씨다.

그의 아버지는 춤꾼으로 살아온 딸의 이야기를 기록물로 남기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뜻하지 않게 병을 얻어 돌아간 뒤 딸은 그 말을 잊고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예술을 이야기하며 길을 걷는다'는 취지로 결성된 '예담길'에서 회갑을 맞는 그의 춤 인생을 정리하자는 회원들의 뜻이 모아졌다. 김석희 작가가 편집자로 나서 필진이 꾸려졌고 황금알 출판사에서 '춤을 살다-솔향의 제주춤 60년'(사진)이란 단행본이 묶였다. 솔향은 그의 호다.

"춤을 추면 행복했습니다. 춤꾼으로 타고났기 때문일까요? 그런 나를 깨달을 때마다 자신을 더욱 다그치고, 그러면서 위안을 얻고, 더욱더 삶의 의지와 희망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춤을 살다'는 김희숙 개인의 춤 인생을 뛰어넘는다. 그가 춤으로 걸어온 길에 제주 춤의 오늘을 있게 만든 '제주 민속무용의 개척자' 송근우 선생과 제주여중·고 무용부가 있고 내년이면 30주년이 되는 제주도립무용단의 역사가 흐른다. 책의 절반 분량인 그의 자전적 이야기 '솔향의 춤꾼 인생 60년'을 시작으로 제주춤 60년(김동현), 제주춤의 내면 세계(김병택), 솔향에 대한 추억(김택근, 현행복, 강진형)이 실렸다.

그는 자신의 춤의 뿌리가 두 개의 원천에 닿아있다고 말한다. 그 하나는 해녀춤·물허벅춤으로 대표되는 제주 민속춤이다. 송근우 선생에게 배운 그 춤은 그의 한쪽 날개가 되었다. 다른 하나는 굿춤(무속춤)이다. 학창 시절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참가를 계기로 안사인 큰심방을 통해 제주 무속을 접했고 안무자의 길을 걷는 동안엔 제주 굿판을 찾아다니며 지금의 김윤수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보유자에게 굿춤을 익혔다. 2001년에는 '제주 칠머리당굿 12제차에 나타난 무용 연구'를 주제로 무용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그는 1950~60년대 송근우 선생이 제주 전래 생활도구를 활용해 제주 여인들의 고된 삶을 춤으로 빚어냈던 해녀춤과 물허벅춤이 품고 있는 '혼'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라는 소재를 넘어 그 안에 깃든 제주춤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그는 "이번에 나온 책이 제주춤의 오랜 역사를 나눌 수 있는 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달 7일 오후 7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는 제주영상문화연구원 주최로 그의 제주춤 인생을 기리는 무대 '일이여, 놀이여, 춤이여'가 마련된다. 한평생 한 우물을 파면서 나름의 성취와 기여를 이룬 한 예술가를 대접하는 방식'으로 책을 엮었듯, 이번엔 무대 위에서 선후배 무용인들이 '제주춤을 위해 헌신한 작은 여인의 피와 땀, 눈물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날 국립무용단 초대 예술감독을 지낸 원로 무용인 조흥동, 도립무용단 출신으로 국립무용단 훈련장으로 있는 김미애, 도립무용단원인 그의 제자 강진형이 특별출연해 독무를 선보이고 도립무용단의 '태평성대', 국악연희단 하나아트의 '절석놀음'도 축하 공연으로 준비됐다. 마지막 순서엔 그가 안무했던 해녀춤, 물허벅춤, 굿춤을 '섬들의 향기'와 '신들의 유희'란 이름 아래 제자들의 몸짓으로 펼쳐놓는다. 오후 6시에는 공연장 로비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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