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시마 위령제 "먼 바당 흘러온 혼백들 제주땅으로"

쓰시마 위령제 "먼 바당 흘러온 혼백들 제주땅으로"
4·3 당시 수장된 희생자들 쓰시마 사람들 시신 수습
"교류 소중함 지켜줘 고마워… 자그만 위령비 하나라도"
  • 입력 : 2019. 09.30(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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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 유키하루씨가 세운 공양탑에서 불교식으로 참배 의례가 진행되고 있다. 진선희기자

"깊은 밤 저 바당에 데려강 던져불민 저 바당에 떠댕기당 파도치멍 물가는 대로 대마도 바당에 오난…… 가자 가자 어서 가자, 나가 태어난 제주땅 더레." 굿판 사이로 청색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 옷 입은 심방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그 섬에 제주 4·3의 고혼들이 떠도는 걸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부산과 50㎞도 채 떨어지지 않은 섬으로 맑은 날 전망대에 서면 그 도시가 눈에 들어오는 일본 쓰시마섬(대마도).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든 쓰시마에서 제주섬 4월의 넋을 달래는 자리가 이어졌다. 29일 펼쳐진 제3회 제주도 4·3사건 희생자 쓰시마·제주 위령제다.

이번 위령제는 제주4·3평화재단이 후원 기관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실질적으로 4·3 관련 단체나 기관이 아니라 제주와 일본의 민간인들이 주최·주관해 치렀다. 일본인들로 구성된 제주4·3한라산회가 주관했고 재일 김시종 시인, 쓰시마의 에토 유키하루, 송승문 제주4·3유족회장, 안복자 명창, 서순실 제주큰굿보존회장이 주최했다.

서순실 심방 등 제주큰굿보존회원들이 쓰시마에 표류해온 4·3 수장 희생자를 위한 위령굿을 벌이고 있다. 진선희기자

4·3 관련 단체에서 2001년 무렵부터 쓰시마까지 표류해온 4·3 수장 희생자에 대한 연구를 벌이고 2010년 그 섬에서 떠낸 흙을 제주로 가져가 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빗돌 밑에 안치시키며 위령 작업이 일단락된 듯 했다. 그러다 4·3한라산회가 그 불씨를 되살렸고, 에토씨가 건립한 공양탑으로 그 열의가 타올랐다.

약 5시간에 걸친 이날 위령제는 4·3 때 제주에서 떠밀려온 시신들을 수습한 바닷가에 들어선 공양탑 참배에 이어 인근의 미나토하마 씨랜드 무대로 옮겨 위령굿으로 마무리됐다. 집전을 맡은 제주큰굿보존회 서순실 심방 등 회원들은 수장된 영가를 땅 위로 끌어올리는 요왕질치기 등으로 '불쌍한 영혼네'를 위무했다. 안복자 명창은 소리와 살풀이로 희생자들이 고이 잠들기를 빌었다.

김시종 시인은 "한일 관계가 대립된 시기에 민간 교류의 소중함을 마음에 두고 바다 건너온" 제주 참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쓰시마 위령제를 처음 찾은 김두운 4·3행방불명인유족회 제주위원장은 "지금까지 제주에서 이곳에 자그마한 위령비 하나 세우지 못한 게 못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제4회 쓰시마·제주 위령제는 2020년 9월 27일 개최될 예정이다. 쓰시마=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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