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소목장으로 산다는 것…더 깊어진 '결'

제주에서 소목장으로 산다는 것…더 깊어진 '결'
지난해 도미술대전 대상 김현성 작가 초대개인전
김연주 기획자 멘토링… 작업 완성도 높이는 역할
 
  • 입력 : 2019. 08.26(월) 19:18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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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의 '결 #3'.  

"작년 대상을 받은 뒤부터 이 전시만 준비했다. 한 가지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 들자 생각하며 작업에 몰두했다."

 지난 24일 제주도문예회관 2전시실에서 막이 오른 제44회 제주도미술대전 대상 작가전. 주인공인 김현성 작가는 개인 작품전이라는 긴장감, 작가로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는 설렘이 교차하는 듯 했다.

 제주미술협회는 도미술대전 혁신안을 통해 2017년부터 평면·입체 분야 작품을 공모해 대상 작가에게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고 초대전을 지원해왔다. 이 과정에서 평론가, 기획자 등과 연계한 멘토링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이번에는 문화공간 양 김연주 기획자가 '멘토'로 동행했다. 김 작가는 지난 3월부터 한 달에 두 번 가량 김연주 기획자와 만나며 작업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전시에 달린 이름은 전년도 대상 수상작과 같은 '결'. 김 작가는 오동나무를 인두로 태운 뒤 표면을 살짝 갈아내는 낙동법, 나무와 나무를 잇는 결구법, 나무를 수증기에 쪄서 구부리는 스팀 벤딩 기법 등으로 공예와 순수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더 깊어진 '결'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농의 형태를 갖췄지만 기울어져 있거나(결 #3), 상판을 뺏다 넣었다(결 #5-2) 가능한 찻상이 보인다. 평면의 조형성을 탐구하며 가구의 형식을 깨는 작품(결 #10, 결 #11)도 있다. 하나를 완성하는 데 3개월 넘게 걸린 작품이 있을 정도로 고된 노동이 바탕이 됐다. 현대무용을 하는 배우자 등이 참여해 다원 예술로 표현된 영상엔 이 모든 '결'의 의미가 녹아있다.

 김 작가는 중요무형문화재 소목장 기능을 익혀왔고 한국공예건축학교 전통 목가구 연구과정을 수료했다. '결'은 소목장으로 사는 삶과 철학을 담은 제목이다. 나무의 결, 그 위에 재현한 물의 결(파동)은 마음의 결과 통한다. 자연의 이치를 읽어야 하는 나무 작업은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과 닮았다.

 "지난 1년 대학 입시를 새로 치르는 기분이었다"는 김 작가는 "김연주 기획자가 자칫하면 산으로 갈 수 있는 작업을 잘 잡아주고 스토리텔링을 지원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전시는 9월 5일이면 끝이 나지만 '결' 연작은 계속된다. 김 작가는 "또 다른 '결' 작업을 하고 싶다. 전통 형식을 넘어 색다른 목재들, 오브제들로 '결'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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