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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에서 만나는 책이야기] (5)세계가 높이 산 한국의'문기'
말하듯 쉬운 어체에 담은 우리 기록문화의 향기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7.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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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주 서귀포시민의 책읽기위원회 위원(오른쪽)이 좌해영 하원애향새마을작은도서관 독서회원과 대담하고 있다.

선조들 문화적 능력 문기로 집약
직지의 가치 알린 박병선 박사 등
문화유산·문화재 얽힌 일화 소개
“작가 정보수집력·지식에 감탄…
머뭇거렸던 책 끝까지 읽게 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 세계 최초 인쇄본 '다라니경', 근대 이전의 가장 완벽한 대장경 '고려대장경', 세계 최대의 단일 왕조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훈민정음'을 말하는 듯한 쉬운 어체로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드러낸다. 특히 책과 문자로 남겨진 우리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게 하고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운다.

최준식 저/ 소나무









▶대담자: 좌해영(하원애향새마을작은도서관 독서회원)

대담 진행: 강창주(서귀포시민의 책읽기위원회 위원)

▶강창주 (이하 '강'):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책은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다소 독특한 책이라 볼 수도 있는데 평소에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은 많으신지요?

좌해영 (이하 '좌'): 많다고 해야 할 지 적다고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건 우리 문화에 관심이 없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지만 좀 무심한 채 지내왔습니다. 질문에서처럼 이 책은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건 분명합니다. 문화, 문화재, 문화유산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소재들을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와 함께 소개하여 더욱 재미있게 우리 문화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강: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문기'라는 책 제목이 다소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땠는지요?

좌: 정말 생소했습니다. 이름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전적 의미가 있는지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문장의 기세'라는 그나마 책과 어울리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그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우리 선조들의 타고난 문화적 기운을 일컫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문화적인 능력, 자질, 애정, 노력을 이 '문기'라는 말에 집약, 표현한 작가의 어휘 선택 능력에 놀랐습니다.

▶강: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이곳에서 감탄할 수밖에 없고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 해도 어디든지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 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병인양요(1866년) 당시 프랑스 해군장교 주베르가 한 말인데 이를 보면 조선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책을 소중히 여겼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말씀해 주시고 그리고 이외에 더 인상 깊게 남은 구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좌: 저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집에는 위인전,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전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도 각 교실마다 많은 책을 구비하진 못해도 교실 문고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책에 대한 갈망, 열망이 있는 민족인 게 분명합니다. 그 책들을 다 읽지는 않지만 책이 늘 가까이 있었습니다. 이런 책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모든 문화재와 관련 일화들이 인상 깊게 남습니다만 직지를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 자리에 등극시키기 위해 노력한 박병선 박사님의 일화가 기억납니다.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개인의 노력으로 일구어 냈다는 것 그것도 당시 여성의 몸으로 해냈다는 것은 같은 여자로서 너무나 멋진 일이었습니다.

▶강: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대장경,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한글 등 세계기록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된 대표적 작품들 중에서 또 다른 감동을 준 문화재가 있었나요?

좌: 책을 읽기 전 가장 관심이 가는 문화유산은 한글이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에는 고려대장경에 제일 눈길이 갔습니다. 대장경을 완성하기 위한 우리 선조들의 인력, 예산, 정성, 노력, 시간 등 눈에 선했습니다. 나무 고르는 과정, 나무 공정, 판각 과정, 원고 쓰는 과정, 원고를 판목에 붙이는 과정, 경판에 새기는 과정 그리고 인쇄공의 작업… . 책에서는 이런 과정 하나하나를 현대화, 수량화해서 설명을 했는데 가히 짐작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강: 이러한 대장경은 만드는 과정도 중요했지만 오히려 지키는 과정이 더 중요했다고 봅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지금의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은 많은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좌: 몽골군을 피해 강화도로 옮겨지는 과정도 인상적인데 다시 해인사로 옮겨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왜 하필 해인사인가 하는 설도 납득이 갈만큼 충분한 설명이었습니다. 여러 번의 위기 중에서 한국 전쟁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만약 폭격 명령을 받은 김영환 대령이 해인사에 대장경이 있다는 것을 몰랐으면 지금의 해인사와 대장경을 우리가 볼 수 있었을까요?

▶강: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는 같은 역사 기록이면서도 그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말해 주셨으면 합니다.

좌: 승정원일기보다는 조선왕조실록이 더 가치가 있을 거라는 저의 무매함이 탄로 났습니다. 역사적 기록을 조선왕조실록이 한 줄 요약으로 나타낸다면 승정원일기를 아주 세세하게 기록한다고 하니 조선왕조실록은 요약 노트인 셈입니다. 같은 역사적 사실이라도 승정원일기는 알 수 없는 부분까지 기록해 우리 역사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정사만이 아니라 왕의 건강, 그 날의 날씨 상황, 천문까지 기록하는 승정원일기. 아직 한글번역본이 다 완성 안 됐다고 하는데 완성되는 그 날이 오면 우리 문화사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가 됩니다.

▶강: 한글은 우수한 글자 중의 하나인데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한글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었는지요? 있었다면 그에 대해 말해 주실 수 있을까요?

좌: 저는 이 책에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가장 와 닿습니다. 정치적 목적을 배제하고 순수한 애민정신만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으로 탄생한 한글이 이젠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고난과 탄압을 이겨낸 한글 그를 위해 노력한 학자들의 한글 사랑을 생각한다면 가슴 아픈 일입니다. 세계화 시대인 지금 한글이 가지는 무한한 잠재력을 믿고 싶습니다.

▶강: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든다면?

좌: 작가의 정보 수집 노력과 지식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자칫 머뭇거려지는 이 책을 인내로 끝까지 읽게 하는 그의 글 솜씨에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아마도 이런 인내는 당시의 일화를 적절하게 소개하고 외국 문화재와의 비교를 통한 친절함이 있어서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강: 만약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다면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요?

좌: 굳이 콕 집어 말한다면 문화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말할 필요 없고 국문학 전공자, 건축 관련 일을 하는 사람, 천문학, 컴퓨터 정보 관련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은 권장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문화유산은 이 모든 분야가 집약응축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강: 마지막으로 책읽기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좌: 책읽기는 일단 과정적인 면에서 봤을 때 '나'와의 싸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주는 보물창고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생각거리를 만들 수 있는 단 한 줄이라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하원애향새마을작은도서관

하원마을에 자리한 작은 도서관으로 마을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1981년 1월 20일 하원애향문고로 개관하여 운영되어 오다가, 2015년부터 하원애향새마을작은도서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기타교실, 서예교실(하묵회), 한라산 생태숲(수로길) 탐방 등이 있고, 2016년부터 매년 9월에 마을 주민을 위한 '올망졸망 하원마을 감성소통 문화제 축제'를 열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하원로 29번길 20-6. 이용문의 전화 064)738-6623, 팩스 064)738-6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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