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조작 피해 기억공간 '수상한집'

간첩 조작 피해 기억공간 '수상한집'
비영리단체 '지금여기에' 22일 제주서 최초로 개관
실제 간첩 조작 피해자 강광보씨 집 개조해 재탄생
  • 입력 : 2019. 06.23(일) 16:39
  • 김현석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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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제주시 도련에서 열린 수상한 집 개관식에서 소감을 밝히는 강광보(사진 왼쪽)씨와 '지금여기에' 변상철 국장. 김현석기자

제주에서 전국 최초로 간첩으로 조작된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들어섰다. 실제 간첩 조작 피해자의 집을 개조해 재탄생한 '수상한 집'이다.

 국가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지금여기에'는 22일 제주시 도련3길 14-4에서 '수상한 집' 개관식을 개최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삼척 간첩, 울릉도 간첩, 맹인 간첩 등 제주지역뿐만이 아닌 전국에서 간첩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가족들이 참석했다.

 수상한 집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기관으로부터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스스로 삶을 기록하고 모두가 기억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본래 이 건물은 실제 간첩 조작 피해자인 제주도민 강광보(78)씨가 살고 있는 집이기도 하다. 강씨는 지난 1986년 5월 25일 반국가단체 지령을 받아 제주에서 간첩활동을 했다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3년 재심을 청구하고 2017년 11월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역 간첩으로 조작된 피해자들의 구술 기록. 김현석기자



 수상한 집 추진 과정에는 공간 및 자금 확보 등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강씨가 흔쾌히 자신의 집에 짓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강씨가 국가로부터 받은 보상금, 그리고 시민, 단체 등의 지원금을 더해 수상한 집이 완성됐다.

 수상한 집은 실제 강씨가 살던 집 위에 건물을 싸는 형식으로 건설됐다. 내부에는 강씨와 관련된 사건, 소품, 개인사 등을 알 수 있는 방과 제주지역 조작 간첩 피해자들의 구술 기록과 사진, 영상 작품 등도 전시돼 있다. 입구에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으며 2층에는 응접실과 숙박할 수 있는 게스트 룸 또한 마련돼 있다.

간첩으로 조작된 피해자들의 행방을 표기한 지도 및 그 시절 관련 신문 기사들. 김현석기자



 이날 개관식에서 강씨는 "이 곳이 한 인간이 머무는 공간이 아닌 과거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이 쉴 수 있는, 또 그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주지역은 1968년 '만년필 간첩 조작 사건(본보 2019년 1월 21일 자 보도)'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故 김태주(80) 할아버지가 지난 1월 18일 무죄를 선고받는 등 간첩으로 조작된 사건에 대해 총 15건 20여명이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현재 1명이 재심을 청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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