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근의 현장시선] 일손 모자란 농촌, 함께하는 힘 '수눌음'으로

[변대근의 현장시선] 일손 모자란 농촌, 함께하는 힘 '수눌음'으로
  • 입력 : 2019. 05.31(금)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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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이 바쁠 때 서로 도와주는 '수눌음'은 품앗이의 제주어다. 화산섬의 척박한 환경을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해온 제주 특유의 오랜 전통적인 노동관행이다. 수눌음은 본격적인 농사철이 되면 농가들이 순서를 정해 돌아가면서 농사일을 서로 도와주는 것이다.

전통 미덕도 시대의 변화를 비켜갈 수 없는게 현실이다. 지난 4월1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65세 이상 고령농가 인구 비율은 44.7%로 1년 만에 2.2% 증가했다. 전국 고령 인구 비율(14.3%)의 3배에 달하고, 제주의 1차 산업 비중은 12.1%로 전국 2.2%에 비해 6배나 높다.

그만큼 농업의 안정 없이는 제주경제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농촌 고령화 및 인구감소는 영농인력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인력 부족은 결국 제주농업의 위기이자 제주의 위기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농업·농촌의 중요성은 윤봉길 의사의 '농민독본'에도 잘 나타나 있다. "농사는 천하(天下)의 대본(大本)이라는 말은 결단코 묵은 문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억만년을 가고 또 가도 변할 수 없는 대 진리입니다. 사람이 먹고 사는 식량품을 비롯해 의복, 주옥의 재료는 말할 것도 없고 상업, 공업의 원료까지 하나도 농업생산에 기대지 않는 것이 없느니 만큼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농업은 소중한 생명창고와 다름없다. 이를 지키는 농업인들이 고령으로, 또는 일손이 부족해서 농업을 포기하거나 전업하는 현상에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지 돌아보면서 힘을 합쳐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다행히 지난해 5월 제주가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제주농업인력지원센터' 출범을 통해 제주농촌의 통합적 영농인력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육지부 유상인력, 농협임직원, 군부대, 대학생 등 1만9100명이 영농지원 활동을 했고, 올해도 농번기 집중시기인 5월 마늘수확에 70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한 데 이어 11월 이후 감귤수확 등에 1만 4000여명의 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센터를 통해 우리는 제주의 수눌음 정신을 새롭게 발전시키고 계승해야만 한다. 농촌에 사람이 없으면 도시에서 사람을 모아서라도 수확철이나 영농기에 인력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5월 17일에는 제주지역 대학생 봉사단이 출범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대 13개 단과대학 학생과 제주국제대학교 총학생회 등 1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2박3일 일정으로 농촌일손 돕기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해병대 제9여단장에 제주 출신 조영수 준장이 취임한 이후 여단 참모가 제주농협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촌, 농가 인력지원을 확대할테니 언제든지 요청하라는 반가운 제안을 했다.

농촌의 주름이 깊어지는 시기에 그래도 농지를 지키고 농업을 이어가고 있는 농가들에게 이런 대학생과 군인들의 인력 지원은 큰 힘이 되고 있다. 제주농협도 농기계 플랫폼사업을 통해 농업인을 위한 농작업 대행, 임대 및 편의장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 군인, 공무원, 일반인 등 그 누구라도 농촌 인력지원에 관심을 보내고 참여해줬으면 한다. 다가올 풍요로운 제주농촌은 과거의 수눌음 정신의 부활로부터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변대근 농협 제주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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