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역할 부재가 지역 갈등 부추긴다"

"중앙정부 역할 부재가 지역 갈등 부추긴다"
[한라포커스] 제2공항 공론조사 '폭탄 돌리기'
  • 입력 : 2019. 04.23(화) 16:55
  • 이소진 기자 s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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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산읍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공론조사 여부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도민의 자기결정권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과 추진 주체 기관에 대한 적절성이 충돌하고 있다.

▶제주도 "주관 법적 근거 없어"

제주도가 공론조사를 주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지난 18일 제371회 임시회 폐회사를 통해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공론조사 실시를 공식 요구했다. 이는 제주 제2공항 반대 주민 측에서도 지속 요구했던 부분이다.

공론조사 요구의 근거는 이달 초 당정 협의회에서 결정된 5항이다. 5항에는 '국토교통부는 향후 제주 제2공항 추진에 있어 제주특별자치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정부의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국책사업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한 법적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숙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기본조례에 따르면 '제주도의 주요 정책사업(제9조)'이 공론조사 대상이 된다. 지역사업만 조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민투표법에서도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제7조)'은 제외한다고 명시됐다.

또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미리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제8조)'고도 제시됐다.

즉, 주민투표를 진행하려면 추진 주체인 국토부가 제주도에 요구하고 행안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거부…내부 갈등만 초래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공론조사 주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제주도 내부 갈등만 초래하고 있다.

정용식 국토부 신공항기획과장은 지난 17일 제주도청 브리핑룸에서 "당정협의에서 이미 정한 사항"이라며 "국토부가 할 사항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성적인 부분에서 지자체가 의견을 준다면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공을 제주도로 떠넘겼다.

제주도의회 역시 당정협의 5항을 앞세우며 제주도에 공론조사 부담을 떠미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김태석 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론조사 제안은) 도의회와 제주도가 공동으로 하자는 뉘앙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정 협의 5항으로) 정치적 구속력을 갖게 된 것"이라며 "찬·반 갈등 해결을 위한 대안 중 하나로 공론조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공론조사가 도민 간의 갈등, 국가-지방 간의 갈등을 더욱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도민사회 내 찬·반이 첨예한데다, 국책사업에 대한 공론조사는 지자체로서 정치적·행정적·재정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호 제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폭탄 돌리기"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의 소극적인 역할이 도민 갈등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며 "원도정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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