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반듯한 '제주형 공론화'는 언제쯤

[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반듯한 '제주형 공론화'는 언제쯤
  • 입력 : 2019. 02.20(수)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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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2030 정책 수립을 위한 공론조사'를 실시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많아졌다. 공론화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뜨겁다. 흡사 '자립, 자치, 자결주의'를 내걸고 뭉치는 신(新)독립운동가 같다. 관(官)에 눌려 살았던 민(民)들에게는 첨예하게 대립되는 의제들이 각자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논의결과에 대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정치참여 기회의 확대'와 '국민주체의식 함양'이라는 면에 있어서 '숙의민주주의 공론화'는 그 의미가 자못 크다.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직면한 현시점에서 공론화가 대두되는 것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제주도 역시 지난 해 '녹지국제병원 공론화'를 신호탄으로, 제주시는 '제주 교통'을 주제로 제주시민 원탁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공론화가 처음인 만큼 그 어설픔도 적잖았다는 지적에 이어 주최 측 의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제주도의 영리병원 공론화는 애초 '영리병원 심사 및 허가'에 대한 것과 '국내의료기관의 우회 진출 등의 의혹'들도 명확히 규명하지도 않은 채, 문제를 회피해 가려는 원지사의 꼼수라는 의견들도 공공연히 나도는 가운데 실시, '반대 58%'라는 결과가 나오자 JDC가 감당할 소송비용을 도민이 내야한다는 납득할 수 없는 핑계로 신성한 공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측과 행정소송을 앞두고 있다. 독단적인 행정대리인의 절름발이식 행보 덕분에 제주도민과 초국적기업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시작된 것이다. 제주시의 경우, 체계성 없이 우왕좌왕하는 부족한 원탁회의 진행이었다는 의견들이 분분한데도 마치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이끌어낸 시민원탁회의'인양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경험이 부족한 시민들은 그것마저도 좋다고 여기는 반면, 우대하는 척 우롱한다는 참여자도 있었다.

문제는 '공정성'에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이었다. 공정성은 대립 의제일 경우 참여자들이 찬/반 각각 50%씩 균형 비율, 지역별, 연령별, 성별 비율 등의 균등 여부, 진행상의 발언기회와 질문기회 등의 공평성에 그 기반을 둔다. 또한 공론화실시에 앞서 '운영위원 위촉에 대한 기준과 대상', '참여자에 대한 선정 기준과 대상'은 물론 '원탁회의진행업체의 선정 기준과 대상'의 그 적정성 여부에 대한 사전 공개발표가 있어야 하고, 사후에 '원탁회의 진행 과정에 대한 공개발표'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쳤다는 내용이 그 주요 골자였다. 결과만 놓고 소통혁신을 논하는 것은 '아니'라고, '공(空)론화'가 된다고 했다.

'털끝만한 차이로도 천리가 어긋난다'는 말이 있다. 갈등해소를 위한 공론화가 도리어 바르지 못한 행정의 도피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야기 시키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공론화 절차의 법제화'가 안 된 탓이기도 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달, 이와 관련된 국회토론회도 열렸지만 민주시민들 스스로 다분히 열어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 <고춘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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