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배송 전쟁…"24시간도 모자라다"

설 배송 전쟁…"24시간도 모자라다"
평소보다 1만2000여개 더 처리 밤 12시까지 고된 작업
선물용 감귤 상자 4천여개 사실상 전직원 동원 비상근무
  • 입력 : 2019. 01.28(월) 18:00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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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닷새 앞둔 28일 제주시 노형동 제주우편집중국에서 직원들이 쉴새없이 몰려는 택배상자를 각 지역으로 배송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강희만 기자

"삐익, 삐익"

설 연휴를 닷새 앞둔 28일 제주시 노형동 제주우편집중국 집하장 여기저기서 신호음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소포 배출구에 택배 상자가 가득찼으니 빨리 비워달라는 신호다.

 우편집중국에 한 데 모인 택배는 공중에 길게 늘어선 컨베이어벨트, '소포자동구분기'를 타고 행선지별로 분류된 후 대구, 대전 등 각 지역 이름이 붙은 소포 배출구에 도착했다. 이 배출구에 소포가 가득 차 있으면 다음 소포를 받을 수 없다. 1990년 자동분류 설비가 도입돼 작업이 한결 수월해졌다고는 하지만 배출구에 쌓인 소포들을 일일이 빼내고, 모아 항구로 보내는 일은 여전히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제주우편집중국 직원이 신호가 울리는 소포 배출구를 찾아 어른 키만큼 쌓인 택배 상자들을 황급히 꺼내보지만 잠시 뿐이다. 바로 옆 소포 배출구가 신호음을 울며 직원들의 손길을 재촉했다.

설 연휴를 닷새 앞둔 28일 제주시 노형동 제주우편집중국에서 직원들이 쉴새없이 몰려는 택배상자를 각 지역으로 배송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강희만 기자

 제주우편집중국은 도내 37개 우체국에서 보내온 택배를 지역별로 구분해 전달하는 '허브' 구실을 한다. 명절만 되면 제주우편집중국엔 비상이 걸린다. 밀려드는 택배 물량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하면 배송이 지연되고, 이는 곧 고객 불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주우편집중국은 평소 하루 4만8000여개의 택배를 처리하지만 지난주부터는 이보다 1만2000여개 많은 6만여개를 감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우편집중국은 설 선물용 택배가 몰리는 지난 21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를 '설 명절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해 비상 근무에 돌입했다.

 직원들은 매일 택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배송과 상관 없는 부서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 배송 작업 인력을 40명에서 60명으로 늘렸지만 아직도 일손은 부족하다.

 오전 8시 출근해 밤 12시까지 일하는 고된 하루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 날도 제주우편집중국에는 수십대의 트럭이 들락날락 거리며 주인을 기다리는 택배 상자를 쉴새없이 쏟아냈다. 집하장 바로 옆 제주우편집중국 1층에 있는 연동우체국에는 택배를 부칠 고객들로 발 디딜틈조차 없었다. 어느새 접수 창구엔 대기 인원이 45명까지 불어났다.

 제주우편집중국 집하장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택배 품목은 감귤이었다. 한라봉 등 10·20kg짜리 감귤 상자가 집하장 곳곳마다 수북히 쌓여있었다. 유통 시장이 급성장하며 선물 종류도 다양해졌지만, 제주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절 선물은 단연 감귤이다.

 양성용 제주우편집중국 물류과장은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설 명절을 전후해 처리하는 감귤 택배상자가 못해도 4000개는 될 것 같다"면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설 선물 풍습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밤 12시를 넘겨 작업하는 날도 많고, 전 직원이 제몸 하나 가누기 힘들만큼 바쁘지만 고객들이 택배를 제 시간에 받아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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