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베어진 자리에 꽃처럼 피어나는 노래들

제주섬 베어진 자리에 꽃처럼 피어나는 노래들
강방영 여덟 번째 시집 발간
'그 아침 숲에…' 등 70여 편
  • 입력 : 2019. 01.28(월) 09:13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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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혀도 움트는 생명들이 있다. 언 땅을 뚫고 끝끝내 초록 싹을 내미는 이들을 우린 본다. 제주 강방영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그 아침 숲에 지나갔던 그 무엇'은 그같은 존재들을 노래한다.

'거대하던 몸이 사라졌어도/ 그 오랜 시간의 삶이/ 송두리째 사라졌어도// 살겠노라는 뿌리의 외침/ 빼앗긴 과거의 자리에/ 꽃처럼 새 순들을 피웠으니'('베어진 자리'중에서).

이번에 70여 편을 묶어낸 강 시인에게 시는 세상에 띄우는 편지 같은 것이다. 그는 '작은 행성처럼 빛을 발하며 자신의 궤도에서 자전과 공전을 하다가 때로는 부딪치고 서로를 파괴하기도 하는 곳'을 향해 생명의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는 멈출 수 없다. 오늘도 어제처럼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바람이 인다/ 출발이다// 다시 시작되는 여정/ 푸른 겨울 하늘// 구름들이 움직인다/ 드넓은 하늘 길이다'('바람이 인다' 전문).

그 길에서 시인은 꽃과 나무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픔과 죽음으로 작별해야 하는 순간을 지켜본다. 그들에게 그의 시는 빗방울처럼 땅을 박차고 튀어오르는 노래, 처연하게 천지를 깨우는 노래, 낮게 누운 죽음을 안아 줄 노래('그런 노래')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 시가 퍼진다면 베어진 자리에 희망의 가지가 솟아나 또 다른 시간의 역사가 시작될 거라 믿는다.

강 시인은 1982년 '시문학'으로 등단했고 2013년 시선집 '내 어둠의 바다'로 제주문인협회가 주는 제주문학상을 받았다. 영미시 연구자로 '불멸의 연인 사포',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 시가 있는 산문'도 냈다. 시문학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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