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 아모르 파티

[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 아모르 파티
  • 입력 : 2018. 12.19(수) 00:00
  • 김경섭 수습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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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가요 중에 '아모르 파티'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가 인기를 끄는 것은 경쾌한 곡조와 재미있는 가사가 사람들의 흥미를 끈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 노래의 제목이 철학자 니체의 '운명론'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노래를 작곡한 사람이나 가수가 '아모르 파티'라는 말에 이런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아무튼 니체는 여러 저술에서 자신의 '운명론'을 펼친바 있다.

니체는 인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을 니체는 운명애(運命愛), 즉 '아모르 파티(amor fati)'라고 했다. 니체에 따르면,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난과 불행에 굴복하거나 체념하는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에게 닥치는 운명을 사랑함으로써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불행마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적극적인 삶의 태도임을 강조한다.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가치 전환하여,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니체는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인간에게 운명을 거역할 힘이 있는 지는 의문이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그동안 수많은 인간사는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운명과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의해서 결정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이 거대한 운명의 힘에 맞선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며 애초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유명한 영국 작가인 토마스 하디의 '테스'라는 작품이 있다. 소설에서 순진무구하던 시골처녀였던 테스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손길에 의해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게 되고, 결국은 살인까지 저지르는 비극을 겪게 된다. 테스의 운명처럼 우리의 운명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의 삶에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존재하고 있어서, 그 힘에 따라 삶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때 그곳에 갔더라면, 그때 그 사람을 진작 만났더라면, 그때 그 일을 미리 했더라면, 내 인생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보다도 더 큰 부자나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거나, 더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의지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진행되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손길이 다가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아 서기 일쑤였다. 아무리 착하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도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사람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신이 존재 하는가 불평하거나 애꿎게 하늘을 원망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어떡할 것인가. 잘되어도 나의 운명이고, 잘못되어도 나의 운명인 것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간다면, 나에게도 나쁜 운명은 멀어지고 행운의 여신이 언젠가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니체의 말대로 매사에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우리의 운명을 사랑하다보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행운과 행복이 올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의 운명을 사랑할 일이다.

곧 밝아올 새해에는 모쪼록 독자여러분의 삶에도 나쁜 운명은 모두 물러가고, 행복과 희망이 가득한 좋은 운명이 찾아오기를 기원 드립니다. 모두 나의 운명을 사랑하시길, 아모르 파티! <문학평론가·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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