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KBO서 쫓겨난 이장석

10년 만에 KBO서 쫓겨난 이장석
  • 입력 : 2018. 11.16(금) 17:35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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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장석(52) 전 서울히어로즈 대표이사는 한국 야구에 혁신을 불러온 혁명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투자회사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를 앞세워 쓰러져가던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서울히어로즈로 재창단해 2008년 KBO리그에 입성한 그는 색다른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하면서 팀을 신흥 강호로 키웠다.

 이때 얻은 별명이 빌리 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의 이름을 딴 '빌리 장석'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구단 인수 과정에서 휘말린 지분 분쟁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고, 결국 횡령과 배임 혐의로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돼 KBO로부터 추방당했다.

 지난달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 전 대표의 영구 실격을 의결한 KBO는 16일 정운찬총재가 이를 최종 승인하면서 길었던 악연을 끊었다.

 이 전 대표가 한국 야구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7년이다.

 현대는 모기업 하이닉스가 재정난을 이유로 운영을 사실상 포기했고, 인수 의사를 밝혔던 기업도 하나둘 발을 뺐다.

 자칫하면 2008시즌을 7개 구단 체제로 맞이할 상황에서 2007년 말 이 전 대표가KBO에 접근했다.

 이 전 대표는 투자금을 모아 현대 구단 선수와 프런트를 대부분 승계해 서울히어로즈로 구단을 재창단했다.

 그리고 한국 최초로 스폰서 계약으로만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초창기에는 온통 가시밭길이었다.

 성적은 추락했고, 자금난까지 겹쳐 선수를 팔아 근근이 버텼다.

 2010년 넥센타이어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은 뒤 재정이 안정을 찾자 이 전 대표의 수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다른 구단이 주목하지 않던 선수를 트레이드나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수집했고,웨이트 트레이닝을 강조하는 육성 시스템을 도입해 유망주를 길렀다.

 박병호, 서건창, 강정호를 주축으로 히어로즈 구단은 2013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빌리 장석'이라는 별명도 이때 붙은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세이버메트릭스를 구단 운영에 도입했고, 대표이사로는 이례적으로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투자금을 받아 구단을 인수하고, 스폰서 계약을 통해 운영비를 충당한 이 전 대표는 큰돈 없이도 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러나 구단 인수 과정에서 맺은 계약 하나가 추락의 시발점이 됐다.

 이 전 대표는 2008년 KBO에 지불할 120억원의 가입금을 충당하기 위해 재미 사업가인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에게 20억원을 빌렸다.

 당시 이 전 대표는 홍 회장에게 '20억원을 투자하면 구단 지분 40%를 양도하겠다'고 제의했다.

 이후 홍 회장이 약속대로 구단 지분을 요구하자 돈으로 대신하겠다며 말을 바꿨다.

 대한상사중재원은 2012년 12월 "히어로즈는 홍 회장에게 지분 40%에 해당하는 주식 16만 4천 주를 양도하라"고 판결했지만, 히어로즈 구단은 이에 불응해 지금까지 지분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홍 회장은 사기 혐의로 2016년 이 전 대표를 고발했고, 검찰 조사 결과 횡령과 배임이 드러났다.

 '빌리 장석'에서 '사기꾼'으로 추락한 순간이다.

 KBO는 칼을 빼 들어 이 전 대표를 프로야구 판에서 쫓아냈다. "어떤 식으로든 리그 관계자로 참여할 수 없고, 복권도 불가능하다"는 엄포가 뒤따랐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현재 히어로즈 구단의 대주주다. 어떤 식으로든 구단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KBO는 히어로즈 구단에 이 전 대표의 경영 참여 방지책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이 대표와 관계를 정리하는 게 새로운 스폰서와 함께 2019년을 맞이할 히어로즈구단의 숙제로 남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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