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형의 월요논단] 당위와 존재, 당신의 선택은?

[오태형의 월요논단] 당위와 존재, 당신의 선택은?
  • 입력 : 2018. 11.12(월) 00:00
  • 김경섭 수습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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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동그랑땡을 좋아한다. 그 좋아하는 동그랑땡 6개가 밥상 위에 놓여있다. 다른 아이가 연거푸 동그랑땡 2개를 먹는다. 4개가 남았다. 아이는 6개중 절반이 본인의 몫이라 여기고 있어 다른 아이가 남은 4개중 1개만 먹을 거라 생각한다. 그때 다른 아이가 말한다. "이봐, 4개가 남았으니 사이좋게 2개씩 나누어 먹도록 하자."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른 아이를 쳐다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친구야, 6개의 절반은 3개이고 네 몫은 3개, 내 몫도 3개인걸. 이미 2개를 먹었으니 1개만 더 먹는 것이 사리에 맞지." 다른 아이가 대답한다. "이봐, 내가 2개를 먼저 먹은 것은 맞아.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일 뿐인걸. 지금은 4개가 남은 것이 현실이니, 남은 것의 절반씩 다시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는 마지막 결정타를 날린다. "과거의 일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빨리 인정하여 밝은 미래를 향해 손잡고 함께 나아가야 하지 않겠니?" 아이는 아무래도 억울하다. 그래서 항변한다. "그래도 잘못된 것을 어떻게 인정해?" 다른 아이가 말한다. "빨리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남은 것이라도 지키려면 말이야."

아이는 옳은 것과 당위를 이야기한다. 다른 아이는 현실과 존재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당위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생각은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위와 존재의 문제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경우 묘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아이는 동그랑땡 2개를 먼저 먹었다. 그리고 현실과 존재를 이야기한다. 먼저 먹은 아이가 이야기 한다. 먹지 않은 아이가 먼저 현실과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며칠 전 프랑스에서 1차 세계대전의 영웅이라 칭하여지던 '페탱'이 1차 세계대전 공식 추모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페탱의 공과 과를 구분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으나 프랑스의 여론은 차가웠다. 페탱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의 전쟁에서 큰 전공을 세워 연합군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때는 파리가 나치에 함락된 후, 프랑스의 공화정을 폐지하고 비시정부의 국가수반이 되어 나치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 남부를 통치하였다. 당시 페탱은 나치에 잠시 무릎을 꿇음으로써 프랑스의 멸망을 막고, 최소한의 선에서 자치에 협력해 완전지배를 막고 프랑스를 보전해야 한다는 일종의 '현실론'을 주장하였다. 페탱은 그러나 레지스탕스들을 탄압하고 유대인들을 붙잡아 아우슈비츠 등 수용소로 보내는 등 나치에 협력하여 프랑스 역사에 큰 오명을 남겼다.

최근 우리 대법원이 일제의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을 판결하였다. 그러자 일본의 고노 외무상은 "한일 우호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엎는 것으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한다.

자꾸 과거를 들추지 말고,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고 한다. 이제 그만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형성하자고 한다. 2개는 이미 먹었으니 어쩔 수 없고 남은 것은 4개이니 이제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사이좋게 4개를 2개씩 나누어 가자고 한다. 도대체 이들을 어찌해야 할까.

<오태형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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