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계 이 사람] (17) 양건 건축가

[제주문화계 이 사람] (17) 양건 건축가
"도시의 공공 영역서 제주건축 역할 강화해야"
  • 입력 : 2018. 10.23(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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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막내린 2018대한민국건축문화제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은 양건 건축가는 도시 공공 영역에 대한 제주건축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진선희기자

21일 폐막 대한민국건축문화제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축제 준비

"제주 건축의 지역성 전통 넘어
동시대 사회적 문제 담아내야
공공건축가 제도화 방안 필요"


"제주에서 건축하는 이들에게 제주성 또는 지역적 정체성이라 불리는 정체 모를 무엇은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숙명적인 과제가 되는 듯 하다."

지난 3월 그가 이끌어온 가우건축 20주년을 기념해 '타임스케이프(Timescape) 인 제주'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었을 때 230여쪽 도록에 실린 글귀 중 일부다. '하늘을 떠받드는 형벌을 받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제주다운 건축'이란 주제를 '태생적 부채감'으로 안고 있다고 했던 양건 건축가다.

그는 지난 10~21일 제주도립미술관과 예술공간 이아에서 열린 2018대한민국건축문화제 현장에 있었다. 이번 건축문화제 주제인 '다채도시(多彩島市)'는 문화·역사·관광에 중점에 둔 새로운 도시의 미래상을 꿈꾸며 붙여졌고 양 대표와 같은 지역 건축가의 고민이 녹아든 이름이었다. 양 건축가는 이번 건축문화제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다.

한국건축가협회와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건축가회가 주관한 이 축제는 지난해 9월 제주 개최를 확정지었는데 이미 3년 전 제주건축가회를 중심으로 건축문화제 유치를 위한 기금조성위원회가 꾸려졌다. 목표액은 넘지 못했지만 회원들이 현상설계비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4000만원 정도의 기금이 모아졌고 대한민국건축문화제를 제주에서 치르는 바탕이 되었다.

"외형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건축의 흐름을 건축학도 등 제주사회에 보여주고 소통하는 기회로 추진됐습니다. 건축가 입장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제주 건축의 지역성 논의를 정리하고 발전적으로 확장하는 기회가 되길 바랐습니다."

건축문화제를 통해 그동안 제주에 일부만 소개됐던 대한민국건축대전 국제 일반공모전 수상작 전체 작품이 도립미술관에 놓였고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건축의 고민을 공유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제주 건축가들은 해양교류가 활발했던 탐라의 역사성을 새기며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일본 큐슈 지역과 오키나와, 대만 이란을 답사한 결과를 주제 기획전으로 풀어냈다.

"과거 제주 건축의 지역성이 전통 초가 등 역사성과 장소성을 일컫는 말이라면 지금은 인구 유입, 개발 등 동시대에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를 담아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 건축은 이제 도시의 공공 영역에 대한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제주도가 도시설계를 할 때 공공건축가를 두는 방안이 제도화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건축하면 집을 짓고 파는 일로 여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세계 건축의 경연장'이 된 제주지만 한편으론 도시브랜드를 만든다며 '슈퍼스타'를 데려와 마케팅하는 과정에 '우리 영역'을 지켜내지 못한 점은 부끄럽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도시의 얼굴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이즈음 "진정한 건축가는 행복한 삶의 풍경을 그려내는 사람"이라는 그의 말이 오래도록 유효하길 기대해본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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