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철의 월요논단] 이제 갈등 털어내고 '평화의 거점' 실현 고민해야

[정구철의 월요논단] 이제 갈등 털어내고 '평화의 거점' 실현 고민해야
  • 입력 : 2018. 10.22(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1991년 김영삼 대통령과 구소련의 고르바쵸프간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몇 번의 정상회담 장소가 되면서 제주도는 평화의 섬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2005년에는 국가에서 인정한 세계 평화의 섬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남과 북이 평화의 분위기일 때는 북한에 감귤보내기 운동도 했으나 관계가 소원해질 때는 평화의 섬 이미지도 활동도 지지부진해왔다.

지난 9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을 오르고 천지에 한라산 물을 합수시키며 평화 통일에 대한 기대와 화해의 분위기가 역대 최고조에 달했다. 온 국민들은 올해가 기울기 전에 남북 정상이 한라산을 오르고 백록담을 둘러보며 남북 화해의 큰 족적을 남겨서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평화의 섬 제주에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해군기지가 완공되어 그 첫 번째 행사로서 국제관함식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강정 해군기지를 중심으로 성대하게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강정 해군기지는 전쟁이 아닌 평화의 거점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평화와 해군기지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대통령이 말처럼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해군기지 건설 과정을 돌아보면 처음에는 동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해군 기항지라 해서 해군함 몇 척이 잠시 정박하는 수준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해군 항이라고 명칭이 바뀌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해군기지라고 공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확한 명칭은 크루즈가 기항할 수 있다는 부제가 달려 있는 제주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이다. 그러나 이것은 주민들과 제주도민을 위무하기 위한 방편임이 자명하다. 거의 모든 보도는 제주 해군 기지라고 한다. 우리 대륙붕과 이어도 해역 수호를 위한 것이라곤 하나 많은 도민들은 개운치 못한 감정과 자괴감으로 자존심이 상했고 강력히 저항하던 주민들은 공사 방해에 따른 구상권에 얽매이기도 했고 범법자가 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라는 양극단을 지혜롭게 조화시켜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와 군은 대통령께서 강조한 것처럼 평화의 거점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여 도민 사회를 우선 이해시켜야 하며 제주도 역시 갑작스럽고 과감한 속도로 진행되는 남북 화해 분위기와 영해 수호 전초기지인 해군기지의 순기능을 유도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평화 컨텐츠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제주형' 평화사업으로서 치유의 평화, 관용의 평화, 에너지 평화를 실천하겠다는 원지사의 공약 실현은 미래 제주를 위해서 절대 필요하다. 유엔이 영향 하에 있는 국제평화센터와 차세대 평화 운동가들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 전 세계 평화 도시간 연대의 축, 다양한 형태의 소통의 장 등을 비롯한 항구적 평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스포츠는 화해와 평화를 위한 전령사 역할을 의미 있게 해왔다. 남북 화해의 물꼬를 틀 때도 어김없이 스포츠가 있었다. 반드시 엘리트 스포츠일 필요는 없다. 스포츠로 어우러지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조성해주면 된다. 평창 올림픽대회 홍보를 위해 유엔 총회에서 연설했던 김연아 선수의 "스포츠 있는데 평화가 있고 평화있는 곳에 스포츠가 있다"는 표현을 "평화의 거점에 스포츠가 있고, 스포츠가 있는 곳이 평화의 거점이다"고 해도 적절할 듯하다. 평화와 안전을 담보해줄 대양해군을 위한 기지와 평화의 섬으로서 조화를 이루는 강력한 컨텐츠로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이 이용되길 희망한다. <정구철 前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62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