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의 월요논단] 제주 농업인의 얇은 귀

[현해남의 월요논단] 제주 농업인의 얇은 귀
  • 입력 : 2018. 08.27(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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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스마트 폰이 인기가 있는 것은 앞선 기술 덕분이다. 비싸게 팔리는 이유는 삼성 갤럭시라는 브랜드 명성 때문이기도 하다. 스마트 폰이든 농산물이든 기술과 브랜드가 제품의 가치를 높인다. 제주농업도 기술과 이름을 쌓기 위한 노력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어느 지역이나 농업이 어렵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희망이 보이는 곳도 많다. 좋은 품질과 좋은 가격을 받는 농업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농업도 일반 산업처럼 품질 높은 농산물을 생산하려고 기술을 쌓고 이름을 높이는 농업인들이다.

제주 농업은 겨울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어서 기술보다는 하늘에 농산물의 운명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농사기술보다 기후, 생산량이 소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제주농업의 발전을 가로 막는 것이 감귤 때문이라고도 한다. 감귤은 사과, 배, 복숭아와는 달리 농사가 쉽다. 남이 하는 것을 보면서 적당히 비료 주고 전정하고, 농약 친다고 하면 농약 치고, 수확 때가 되면 포전거래로 팔면 된다는 농가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 농업인은 귀가 얇다. 남이 농약을 친다면 농약 이름을 물어보고 다음 날 같은 농약을 친다. 남이 영양제를 사용하면 어떤 영양제인지 물어보고 구입한다. 마치 옆집 사람이 위장약을 먹는다니까 위가 건강하든 아프든 그 약을 사먹는 것과 같다. 수십 년 역사를 가진 제주감귤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금의 농업은 남의 말만 듣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스스로 병해충을 예찰하고 기상조건을 보면서 병해충 발생을 예측하고 농약을 사용한다. 농사기술을 쌓아 소비자가 선호하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지금의 농업이다.

제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료가 21복비다. 벼에 사용하는 비료다. 이 비료는 당도, 맛, 향, 색, 크기와는 관련이 없는 비료다. 쌀은 당도, 색, 향, 크기가 중요하지 않으니까 당도에 좋은 성분을 넣고 비료를 만들 리가 없다. 그러니 21복비를 사용하면서 감귤의 당도나 품질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공부하지 않으면서 일류대학에 합격하려는 학생처럼 어리석다.

과일의 당도는 광합성을 많이 해야 높아진다. 광합성은 엽록소가 하는 기능이다. 엽록소는 마그네슘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21복비에는 마그네슘이 없다. 토양개량제도 마그네슘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패화석과 규산질비료에는 없다. 석회고토에는 14% 이상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산성토양을 개량하면서 당도를 높이려면 석회고토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규산질비료는 논에 사용하는 비료여서 농촌진흥청 토양검정도 밭, 과수원에서는 규산을 분석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귀가 얇은 감귤농가는 남이 규산질비료를 사용한다면 좋은 줄 알고 사용한다.

병에 든 영양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 제주일 것이다. 사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 통에 넣고 물만 부으면 된다. 제주에서 많이 유통되는 영양제에는 붕소 0.05%, 몰리브덴 0.0005% 들어 있다. 물이 99.9495% 라는 얘기다. 초등학생도 계산이 가능한데 귀가 얇은 감귤농가는 남이 사용한다니까 두 말 없이 만원, 2만원을 주고 사서 뿌리고 당도가 높아지기를 기다린다. 현명한 농업인은 편리성보다 어떤 성분이 얼마나 있는지를 본다.

기술이 탄탄해야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 남의 말만 따라 하는 얇은 귀를 가진 농업은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제주농업은 얇은 귀보다 기술을 쌓고 농사지식이 중심이 되는 농업으로 변해야 미래가 밝아진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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