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 불볕더위

[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 불볕더위
  • 입력 : 2018. 08.08(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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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났음에도 전국적으로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사람의 체온을 넘어서는 기록적인 무더위로 온 나라가 펄펄 끓고, 서울은 기상관측 110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연이은 열대야와 무더위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한창 파종이 이루어져야 할 논과 밭에는 말라붙은 땅이 쩍쩍 갈라지고 있다.

올여름 더위는 이렇게 견딘다 하더라도 앞으로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이런 더위가 이어지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걱정이 벌써 이만저만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벌써 다 망각해버렸지만, 지난겨울에도 연일 얼마나 춥고 엄청난 눈이 내렸던가.

이런 자연재해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 같은 재앙 영화 속의 상황이 조만간 지구에도 도래할 것이 아니냐는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지금과 같은 지구 온난화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는 인간이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의 방식만 추구한다. 코앞의 거리를 오가는데도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고,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을 펑펑 틀어야 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서 일회용 컵과 빨대를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는 우주의 어느 위성보다도 가장 심각한 자연재해를 맞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오존층 파괴, 지구온난화, 지진, 태풍 등의 자연 재앙의 소식은 잊을만하면 우리에게 들려온다. 북극에서는 곰들이 집을 잃고 헤매고 있고, 남극에서는 펭귄들이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다. 해수면은 갈수록 높아져서 머지않아 지구 전체가 물속에 잠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뉴스는 사람들에게 강 건너의 등불일 뿐이다.

인간의 조급하고 편리한 삶을 위해 과학 기술의 속도는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고, 우리는 그곳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류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눈앞의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 환경이 무차별하게 파괴되고 그 결과는 다시 인류에게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재앙의 조짐이 빠르게 찾아오고 있지만, 지구의 환경과 자연의 보전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환경학자, 기후학자, 생물학자들이 지구의 위기에 대해 많은 경고를 하고 있다. 2007년 발표된 유엔의 지구환경 보고서는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50% 이상 줄이지 못하면 지구 기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2010년 세계 생물 다양성 전망보고서에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동 식물 종이 사라지는 비율이 이전보다 천 배나 빨라졌고, 자연생태계가 회복 불능한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 자체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환경에 신경을 쓰다 보면 경제 성장과 개발이 늦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그들은 과학자들의 경고가 과장되었고 사회적인 불안감을 조성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앞으로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한파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머지않아 강과 바다에서는 물고기가 아닌 쓰레기만 보이고, 하늘에는 푸른 구름이 아니라 비행기가 버린 기름 찌꺼기와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울창한 숲과 산은 없어져 꽃과 나무와 새가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이야기하는 '두 갈래 길'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인간다움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재앙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문학평론가·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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