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의 한라시론] 자녀 교육과 자녀 리스크

[김용성의 한라시론] 자녀 교육과 자녀 리스크
  • 입력 : 2018. 08.02(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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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장년층이 흔히 하는 고민 중 하나는 늘어난 수명만큼 퇴직 후 안정된 삶을 위하여 뭔가 준비는 해야 하는데, 저축을 하거나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부부가 열심히 일을 하지만, 부모라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자녀 사교육비가 큰 덩어리로 고정적으로 지출 되면서 퇴직 이후 노후자금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 유한한 자산으로 자녀교육비와 노후자금 비율을 어떻게 배분할지 합리적으로 고민도 하지 않고 처음부터 자녀교육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걸까?

자식이 대학에 들어가고 직업을 갖는 일은 부모에게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좋은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걸 베풀고 자녀가 사회에 나가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하는 부모를 말한다. 이런 사고의 바탕에는 '효 사상'이 자리 잡고 있으며, 부모가 노년기에 접어들면 그동안 베풀었던 사랑을 자녀에게서 당연 보상받으리라는 기대도 숨어있다.

하지만 자녀들의 형편은 현실적으로 만만치가 않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자격증 공부, 어학연수, 취업 시험 등 대학 이후에도 지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졸업 후에도 번듯한 직장 갖기가 쉽지 않다. 어렵사리 직장을 가져도, 높은 집값, 높은 결혼 비용 등으로 자녀 입장에서 '부모 섬기기'는 언감생심일 뿐이다. 자녀가 취업에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이삼십 대 자녀를 부모가 캥거루처럼 끼고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 사교육비는 투자인가? 비용인가? 학원이다 과외다 초등학교 때부터 열과 성을 다해 교육시키고 대학에 보내지만, '부모의 수고'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뿐더러 정작 대비를 못한 '은퇴 이후 안락한 노후생활'에 자녀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녀교육은 분명 '투자'일 수만은 없고 상대적인 은퇴자금 부족 등 '기회비용' 면도 크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노부부가 노후자금으로 약간의 돈을 마련해두었더니 자식이 찾아와서 사업자금, 주택자금을 지원해달라고 해서 다 내어주고 정작 자신들은 단칸방 신세로 전락했다는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지금 중장년층은 예전 대가족 사회 정서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세대라 자녀에 대해 무엇보다 헌신적이지만 자녀로부터 '부양'은 현실적으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는 점차 핵가족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으며 자녀 입장에서도 주거비 교육비 등이 '부모 부양'보다 더 우선순위 지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중장년층은 '은퇴 이후'를 자녀에게 맡길 수 없다는 점과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대비를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녀교육'에 대한 관점도 변화가 필요하다. 요즘 사회는 창의적 사고를 지닌 응용과 혁신에 능한 인재를 원한다. 아이가 평생 '좋아할만한 대상',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을 찾도록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자녀사교육비는 자녀가 '최대한 스스로' 노력해가는 과정에서 투입 대비 효과가 '극대화' 되도록 '효율적으로' 지출해야 한다.

한정된 자산에서 자녀사교육비는 은퇴 자산과 제로섬게임 성격을 띤다. 중장년세대는 자녀교육을 더 이상 '보험'으로만 여겨서는 안 되고 '리스크' 측면도 있음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아울러 후반부 인생에서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날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김용성 시인·번역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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