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화재 조사는 사랑이다

[열린마당] 화재 조사는 사랑이다
  • 입력 : 2018. 07.30(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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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 어렵게 사시는 분들 주택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화재현장 조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화재로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해 하는 피해주민의 모습이 항상 마음에 걸릴 때가 많다.

지난 4월 2일 서귀포시 정방동에서 가족 모두 장애를 갖고 있으며, 취약계층인 가정에 원인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주택이 전소하는 피해를 입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김씨는 화재진압 중에도 몇 번이고 "제발 족보만이라도 건져 달라"고 부탁했다. 주택이 다 타서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족보에 매달리는 어르신의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워 이 분을 도와드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

때마침 포스코에서 사회공헌사업으로 화재피해주민에게 스틸하우스를 재건축해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서귀포소방서는 4월 제주에서 첫 번째로 김씨를 재건축 대상자로 추천했고, 5월에 주택 철거, 6월에 착공을 시작하여 지난 7월 4일 주택이 완공됐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철거 비용과 도서지역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포스코에서 제공한 기준 사업비를 초과해 사업이 일시 표류하기도 했지만 부족한 공사비를 제주도 소속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이 성금을 모아 해결함으로써 재건축 사업을 끝까지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서귀포시청(정방동) 등 많은 기관·단체에서 행정적 지원은 물론 화재피해주민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냉장고 등 생활용품을 기증해 주었다.

이번 화재피해주민 새 보금자리 마련 사랑의 집짓기 사업을 통해 화재피해주민 복구 지원에 대해 실무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화재조사를 마치고 현장을 떠날 때마다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에 감사해하며 "화재조사는 사랑이다"라는 문구를 내 가슴 속 깊이 새겨본다.

<이승석 서귀포소방서 현장대응과 화재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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