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을 우리는 '일'이라 한다. 일에는 목적이 있다. 목적이 없는 일은 없다. 그런데 그 목적이 경제적 대가가 아니라 본인의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행해지는 활동은 넓은 범위의 일에 속하기는 하지만 엄격한 의미로는 일이 아니라 취미활동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직·간접적 경제적 대가의 존재여부, 밥벌이가 되는가의 여부는 일과 취미활동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점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월급쟁이들은 일과 취미활동을 구분한다. 밥벌이가 즐거운 사람은 많지 않다. 엄격한 의미에서의 일, 즉 밥벌이가 즐거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가끔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본인이 즐겨하는 활동이 일이 되어 밥벌이라는 틀 안으로 들어가면 그 활동은 일이 되고, 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즐겁지 않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된다.
심지어 월급쟁이들의 일에는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비용들도 있다. 예를 들면 다른 회사 직원들과 업무미팅을 하거나 고객들을 만나서 영업활동 등을 할 때는 차를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든,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든 어찌 되었건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비용들을 급여에서 감당하라고 한다면 사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급여에 비용을 미리 반영하여 선지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비용이 정해진 금액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과소 또는 과다지급될 수 있어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영수증을 첨부하여 실비로 회사에 청구하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법인카드를 사용하여 이 비용을 결제한다. 사기업에서는 이를 접대비 항목으로 회계처리하고 비용으로 인정을 받는다. 일의 특성상 대외업무가 많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아지면 이 비용도 자연히 증가하게 될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당연히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회의도 하며 전문가들의 조언도 들어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당연히 비용처리가 되는데 사기업에서는 접대비라고 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업무추진비라는 항목으로 예산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심지어 사용내역에 대한 증빙이 필요없는 국가기관의 특수활동비 같은 항목도 있지만 업무추진비는 이와는 달리 사용내역을 증빙하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시도 하고 있으니 사적 유용과 같은 부당한 집행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도의회 홈페이지 알림마당에 공시된 2018년 2분기 업무추진비 사용내역(7월 20일 현재)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4월부터 6월까지 총 68건, 약 2100만원 규모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였는데 이중 44건, 약 1500만원이 지방선거일인 6월 13일 이후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2주간의 짧은 시간에 2분기에 사용된 업무추진비의 70% 이상을 집행한 것이다. 선거 이후 제10대 의회의 마지막 2주간 임기내 밀린 업무를 꼼꼼히 챙기시느라 많이 바쁘셨던 것 같다. 집행내역을 보면 하루에 점심 저녁으로 두 차례 간담회를 갖는 등 마지막 힘을 다 쏟으시면서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신 것으로 사료된다. 설마 30일까지 집행하지 않으면 내가 쓸 수가 없으니 빨리 써야한다고 생각했겠는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이래저래 많이 바빴던 6월이었겠다. <오태형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