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최정숙, 신앙과 삶 하나였던 가톨릭 여성지도자"

"제주 최정숙, 신앙과 삶 하나였던 가톨릭 여성지도자"
최정숙 학술세미나서 문창우 주교 가톨릭 영성 관점서 고찰
일제강점기와 제주4·3 등 배경 의사 최정숙의 삶도 집중 분석
  • 입력 : 2018. 07.15(일) 16:54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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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열린 '시대를 이끈 선각자 최정숙 선생 학술세미나'에서 문창우 주교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설문대여성문화센터 제공

제주도교육감, 독립운동가, 의사, 신성여학교 교장, 사회운동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 업적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제주 최정숙(1902~1977) 선생의 삶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오늘날 시대정신으로 잇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센터(소장 김명옥)와 신성학원동문회(회장 이안열) 공동 주최로 지난 13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시대를 이끈 선각자 최정숙 선생 학술세미나' 자리에서다.

이날 '가톨릭 영성의 관점에서 최정숙의 삶'을 주제로 발표한 천주교제주교구 문창우 주교는 "최정숙을 애국지사, 근대 여성 선각자, 훌륭한 교육자, 의사라고 지칭하는데 누구나 동의할 것이지만 최정숙을 가톨릭 여성 지도자로서 부각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고 언급하며 "당시 가톨릭 교회가 민족운동과 거리를 두었기 때문에 항일구국운동에 몸담았던 신자들의 활동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었지만 최정숙의 삶을 살펴보면 세상 한가운데서 가톨릭 영성에 바탕을 둔 삶을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문 주교는 "최정숙에게 가톨릭 신앙은 단순히 개인의 내면적인 영혼 구령의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는 실천과 연계된다"며 "가톨릭 사회영성의 맥락에서 새롭게 바라보면 최정숙은 신앙과 삶이 하나된 항일운동을 펼쳤다"고 강조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교육 계몽 운동을 전개하고 가난하고 병약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의학 공부에 적극 뛰어드는 등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으로 가톨릭 사회영성을 실현했다는 점이다.

문영희 전 제주YWCA 회장은 '작은 여자아이가 만난 최정숙의 시대정신' 발표에서 "여성운동의 측면에서 가장 부각되는 최정숙의 시대 정신은 인애와 조력정신이고 여성을 위한 계몽교육 정신과 여성의식의 전환을 실천하는 정신일 것"이라며 "그의 정신을 이어가려면 거대한 기념사업보다는 최정숙의 시대정신을 체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애덕 청수애서원 원장은 '수난기 제주사회와 의사 최정숙: 봉사와 희생적인 삶을 탐색하며'란 주제 발표를 통해 최정숙이 1944년 제주시에 정화의원(소아과)을 개업해 극빈환자를 무료 진료했고 일제 강제징용에 동원했던 한국인 노무자들을 치료했던 일을 소개했다. 임 원장은 "매일 30~40명씩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줄 식량과 치료약을 구하기엔 수입이 너무 적었지만 하나도 남기지 않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다 나눠줬다"며 "의사 최정숙을 이해하려면 조국을 빼앗긴 아픔, 군수 기지였던 제주인들이 느꼈던 불안과 공포, 일본군에 징용된 조선 노무자들의 고통, 4·3의 참극과 그 이후 빨갱이로 몰릴까 두려워하던 제주인의 삶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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