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제주어 장편 이성준 소설가

[저자와 함께] 제주어 장편 이성준 소설가
"40년 품어온 어머니 지난한 삶 담아"
  • 입력 : 2018. 07.05(목)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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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성준씨가 40년동안 품어왔던 어머니의 생애를 다룬 제주어 장편 소설을 내놓았다. 진선희기자

마흔아홉에 떠난 해녀 어머니
엉장매·설문대할망 등 모티브

슬픔·고통 넘고 견딘 생애 다뤄

그가 법과(法科)나 상과(商科)를 지원하라는 형의 말을 끝끝내 듣지 않고 국문과에 입학했던 건 단 한가지 이유였다. 해녀였던 어머니의 일대기를 그려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유복자인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년 후인 1979년 여름부터 어머니의 삶을 글로 담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그의 나이 열여덟살 때였다. 그는 마흔아홉의 나이로 생을 다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어머니를 부르고, 어머니의 힘든 삶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일으켜세웠다. 고된 나날이면 '나를 굽어보시길, 굽어 살피길' 기원했다.

문학박사로 고교 국어교사와 대학 강사를 지낸 제주 소설가 이성준씨가 제주어로 된 장편 '해녀,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사연이다. 탈고에 1년 반이 걸렸지만 어머니란 이름이 그의 창작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던 건 이미 40년 전의 일이다.

"...올망졸망 어린 것들을 거느리고 살려면 앞으로 셀 수도 없이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도가 아니라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참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렵지 않았다. 지난 겨울을 버텨 이겨낸 힘만 잃지 않는다면, 살아갈 용기만 버리지 않는다면, 자식들만 건강히 곁에 있다면, 어떻게든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어머니인 끝순은 아이들을 위해 모든 걸 버렸다. 말기암 판정을 받은 '나'는 어떻게든 죽기 전에 '해녀일기'를 완성하리라 마음 먹는다. '나'는 어머니의 지난한 삶을 세상 밖으로 알리는 걸 평생 숙제로 삼아왔고 '해녀일기'가 다층적 소설로 등장한다.

이 작품엔 어업의 신 영등할망이 아니라 창조 여신으로 알려진 설문대할망이 주요 모티브로 작동하고 있다. 작가의 고향인 제주시 조천 해안의 엉장매는 설문대할망이 육지로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곳이다. 끝순은 엉장매가 보이면 두 손을 모으고 세 번 고개를 숙여 절을 한다. 설문대할망의 혼이 깃든 엉장매가 언젠가 배가 되어 육지로, 새 세상으로 데려다 줄 거라 믿는다.

이 작가는 두 권으로 묶인 이 소설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했다. 이번 소설에서 실제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사실에 가깝게 써내려갔던 그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삶에 머무르지 않고 제주 해녀와 전국 각지에 흩어져서 각자의 아픔과 한을 지니고 살아가는 다른 해녀들의 삶도 정리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서출판각. 상·하 각 1만5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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