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흘러흘러 캐나다 벤쿠버섬에서 제주 강정마을까지

바다로 흘러흘러 캐나다 벤쿠버섬에서 제주 강정마을까지
캐나다 거주 윤진미 작가 아트스페이스씨서 개인전
영상설치와 사진 작업 통해 초국가적 흐름 속 주민의 삶
  • 입력 : 2018. 06.19(화) 19:04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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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미의 '다른 투사들-사랑받는 지형(몸짓)'.사진=아트스페이스씨 제공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의 기억을 안은 캐나다 벤쿠버섬에서 너울대는 파도는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까지 밀려들었다. 벤쿠버섬에서 저 너머 고국이 있는 태평양을 바라보는 이민자의 몸짓은 '이어도사나'를 부르는 제주 해녀의 물질로 이어진다.

꼭 50년전,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캐나다 벤쿠버로 이민한 윤진미 작가. 시몬프레이저 대학교수로 주목받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가 제주 아트스페이스씨에서 풀어놓을 '초국가적 흐름: 태평양 여기 그리고 저기'의 영상과 사진들이 품은 사연이다.

밴쿠버섬을 배경으로 한 영상 작품 '롱 뷰'(2017)에서 시작된 여정은 제국주의와 관광, 군사주의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는 제주로 연결된다. 벤쿠버섬은 그곳에 정착한 유럽인들에 의해 원주민들의 땅과 바다가 정복된 과거를 지녔다. 윤 작가는 모래를 파서 둔덕을 만드는 행위를 통해 한 사람의 일생보다 더 큰 시간을 본다.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시간을 그를 제주에 부려놓는다. 윤 작가는 대부분의 정치적 저항운동이 격렬한 분노를 드러낸데 반해 강정에서 만난 운동가들은 즐겁고 힘이 넘치는 노래와 춤으로 저항하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구럼비가 파괴된 강정마을 지형을 자신의 몸에 그려낸 활동가 테라를 담아낸 '다른 투사들: 사랑받는 지형(몸짓)(2016), 제주출신 청년이 노년의 가톨릭 사제가 매일 부르는 노래를 즉흥 도구로 들려주는 장면이 나오는 '다른 투사들: 사랑받는 지형(노래)'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들의 담대한 모습 이전에 '이어도 사나: 생생한 물의 웃음'(2016)이 있었을 게다. 윤 작가는 어업인들이 30년 넘게 써온 그물 등을 이용해 하루 6시간 동안 6~12미터 깊이 물속에서 한 번에 3분까지 숨을 참고 일하는 해녀들이 전하는 바다의 언어에 귀기울였다.

전시는 21일부터 7월 4일까지. 첫날 오후 6시30분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있다. 전시와 별개로 윤 작가는 24일 강정마을을 찾아 그곳에서 길어올린 영상들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문의 064)745-3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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