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제주, 4.3 때 갓난아기였거나 10대였던 고사리손이 재건"

"아름다운 제주, 4.3 때 갓난아기였거나 10대였던 고사리손이 재건"
2일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4.3 토크쇼 열려
  • 입력 : 2018. 06.02(토) 19: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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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이 걷는 제주 올레길은 4.3 때 불타버린 마을을 당시 갓난아기였거나 열살 안팎이던 제주도민들이 고사리 손으로 재건한 것으로 제주4.3은 참혹한 역사이지만, 극복의 역사는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주진오)이 70주년을 맞은 4.3 70주년 특별기획전을 개최하며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연계 행사로 4.3 토크쇼가 열려 서울 시민들에게 4.3이 한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2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 중앙홀에서 양조훈 제주4.3 평화재단 이사장과 김종민 전 4.3위원회 전문위원이 참여한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제주4.3 우리의 역사가 되기까지>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박물관이 올해 다섯 번에 걸쳐 진행할 토크콘서트 기획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의 첫 시작으로 이날 양 이사장과 김 전 위원은 당시 제주지역 유일 언론사였던 제주신문에서 처음 시작된 4.3 특별취재반에 함께한 순간부터 4.3이 70주년을 맞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여정과 고난,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김 전 위원은 4.3 취재 당시 기억에 남은 일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가슴아팠던 증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은 "처음에는 증언을 듣기가 힘들었다. 증언을 꺼려하는 분들도 많았다. 군사정권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4.3 당시 성인이었던 사람들의 증언은 그래도 견딜만했는데, 10살미만이었던 유족분들의 증언은 듣기가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당시 10살 정도였던 한 증언자는 뒷뜰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집에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살, 세살 난 동생이 총에 맞아 죽고 집이 불에 타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그는 증언을 남의 얘기 하듯이 담담하게 했다"며 "이후 그 증언자는 항상 '내 나이가 그 때 열다섯살이었다면'이라는 말을 자주 하면서 살아왔다고 그의 아내가 말했다. 그 때 자신이 열다섯살만 됐어도 시신이 불에 타는 것을 막았을텐데하며 자신을 탓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양 이사장은 4.3에 대해 함구하던 도민들이 입을 열게 된 계기로 5.18 국회 청문회를 언급했다.

양 이사장은 "처음 취재할 때는 거의 입을 닫았다. 그런데 그런 의식을 변화시킨 사건이 있었는데, 1988년 12월부터 광주 5.18 청문회가 열린 것이다. 이것이 텔레비전에서 중계됐고, 그걸 본 제주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신들은 더 큰 비극을 겪어왔다며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스콘서트에서는 4.3과 관련한 영상도 함께 소개되었는데, 다랑쉬굴 발굴 현장과 제주공항 유해발굴 현장 사진 등이 소개될 때는 여기저기서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또 어렵사리 4.3 특별법이 제정되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보수세력으로부터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이어진 소송에 당당히 대응해 모두 승소를 이끌어낸 점을 소개하자 박수도 터져 나왔다.

양 이사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4.3이 70주년을 맞으면서 광화문 문화제가 열리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전시를 하고, 모든 종교들이 화해와 치유의 운동에 같이 참여해줬다"며 "4.3 배지도 처음에 4만 3천개를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68만개가 배포될 정도로 달라졌다"며 4.3의 전국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은 "여러분이 제주도에 오셔서 올레길을 걷다보면 굉장히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 당시 깡그리 불태워져서 폐허가 된 곳을 당시 갓난아기였거나 열살 안팎의 소년 소녀가 고사리손으로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며, 이들은 매우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라며 "저는 그래서 4.3 자체는 참혹했으나, 극복의 역사는 굉장히 제주에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4.3 7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과 연계 행사를 마련한 주진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장은 "사실 저희 박물관이 4.3 70주년 특별전을 제주 이외 지역에서는 아마 처음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이 전시를 한 이후 관람객이 평소 보다 두 배 늘었다"며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4.3과 같은 전시를 한다는 것을 보면서 박물관이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아픔의 역사를 공유하려는 박물관으로 생각해주시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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