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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두번째 시집 김병택 시인
"30여년 비평 작업 시 창작에 자극"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8. 05.10.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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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평론가로 활동해온 김병택 시인이 제주4·3을 다룬 시 등으로 두번째 시집 '초원을 지나며'를 묶어냈다.

1978년 평론가 데뷔 이어
2016년 시 전문지 신인상

또다른 서정 4·3시 등 담아

그가 비평가에 더해 시인이란 이름을 단 해가 2016년이었다. 이듬해 첫 시집에 이어 1년만에 두번째 시집이 묶였다. 김병택 시인의 '초원을 지나며'다. 이번엔 '변신'을 지켜보는 마음으로 첫 시집을 받아봤던 때와 달랐다. 수 권의 평론집에 시집 하나 얹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식으로 제주4·3을 시로 말하고 지리한 일상에 균열을 내려 했다.

'그래도 "레드리스트보다는 낫다."라고/말할 수가 없다.// 폭풍우 치는 언덕에 서 본 사람은/ 더욱더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 '블랙'은 색의 극단이므로/ 새로운 색의 틈입을 고려하지 않는다.// 어떤 시기의 '블랙'은/ 예술의 '블랙'에 정비례했다.'('블랙리스트' 전문)

그는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2014년 6월 전국 문학인 세월호 시국선언 명단에 들었던 게 이유였다. '문화정책'이나 '문화권력자' 같은 시들은 예술을 내걸고 행해지는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드러낸다.

1978년 평론가로 등단한 시인은 30년 넘게 대학에서 강의하고 비평 작업을 이어왔다. 젊은 시절 시를 썼던 기억은 잠시 접어둔 시간이었다. 정년이 되어 교수직에서 물러난 뒤 '심상'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데뷔했다.

"이론 대로 창작이 안되겠지만 그래도 이론을 알면 시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봐요. 그동안 다른 예술장르를 시에 수용한 비교문학 논문을 12편 썼는데 이번 시에 그 영향이 있었으니까요."

그의 말처럼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 등이 시 속으로 들어왔다. 4·3 시를 비평하며 느꼈던 점도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역사적 진실에 상상력을 동원하는 일의 한계를 넘기 위해 소설·희곡 등에 쓰이는 보여주기식 방식을 택한 일이 한 예다.

'일가 10명은 60대 부부, 큰며느리, 차남, 손자 부부 2명, 손주 3명, 증손자 1명 등인데, 이들 중 손주는 18세, 7세, 3세였고 증손자는 겨우 생후 10일이었다. 오후 3시경, 외도1동의 절 뒤에 끌려간 이들 10명의 목숨을 앗는 데는 죽창이 사용되었다.'('완벽한 상실(3)' 부분)

흡사 진술서처럼 적어나간 시로 시인은 4·3진상보고서, 생존자의 증언 현장 등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4·3 시에 어찌 맑은 서정이 있겠는가"는 그는 비참, 잔인, 분노 같은 또다른 서정으로 객관화된 시선을 유지하려 한다.

시인은 오늘도 일상, 내면, 자연, 예술, 역사, 여행 등 시의 소재를 확장하려는 대상들과 마주하고 있을 게다. 그는 "시를 쓰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심상.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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