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책 하나 제대로 못 받는 제주 시각장애인

점자책 하나 제대로 못 받는 제주 시각장애인
4월 20일은 제38회 장애인의 날
타 지역 2시간 걸리는 작업… 제주는 3일 걸려
도입 10년 넘어 교체 요청했지만 道 '묵묵부답'
6·13 지방선거까지 겹치면서 발간 차질 우려도
  • 입력 : 2018. 04.19(목) 16:50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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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장애인복지관에 설치된 노후 점자 프린터. 송은범기자

제주도내 점자책을 제작하는 '점자 프린터'가 노후화로 인해 제 역활을 하지 못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6·13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참정권' 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은 도내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정기간행물 및 도서, 교재 등과 더불어 선거 때마다 공보물을 점자화해 배포하고 있다.

 이에 복지관에 설치된 점자 프린터를 이용해 매달 '열린 제주시' 200부와 매분기 '희망 서귀포' 200부 등 정기간행물을 제작해 시각장애인들에게 행정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선거 기간에는 각 후보들의 공보물을 점자책으로 만들고 있다.

 문제는 점자 프린터의 노후화로 인해 제작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도입된 프린터는 신형 점자 프린터에 비해 사양과 업무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져 점자책 발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 제주시정 소식지를 점자화할 경우 분량이 몇 배로 늘어난다.

해당 프린터로 200쪽 분량의 일반도서 1권을 점자화 할 경우 타이핑-1차 교정-점역교정사 점역-출력-2차 교정 등의 과정을 거쳐 총 8권의 점자책으로 발간된다. 이후에도 직원들이 한 권씩 풀을 칠해 제본을 해야 한다.

 또한 점자가 함몰되는 '오탈자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잦은 고장으로 타 지역의 수리 업체가 방문할 때마다 200~300만원의 수리비가 소요되는 등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있다.

 

인쇄된 점자책은 직원들이 한 권씩 풀을 칠해 제본을 한다.

이러한 점자화 작업을 제주에서 진행하면 2~3일이 소요되는 반면 타 지역에서 운영 중인 신형 프린터는 2~3시간이면 출력이 가능한 데다 제본 작업도 함께 이뤄져 시각장애인의 알 권리와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다. 신형 프린터의 가격은 1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정기간행물 마저도 시간을 맞추지 못해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향후 지방선거 공보물을 어떻게 제작해야될지 걱정"이라며 "행정에 수 년째 예산 반영 요청을 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발간된 선거 공보물.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장애인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시설보다는 복지 부문에 우선적으로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에는 이 같은 문제를 검토해 예산 반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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